인간 증발의 시대
복지 사각지대
지난 6일, 경기도 양주에서 50대 아버지와 6살, 4살 난 두 아들 등 3부자가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앞서 2일에는 서울 성북구에서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올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생명보험을 해약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험 중도 해약 사유로는 경제적 어려움·목돈 마련·보험료 납입 곤란 등 ‘경제사정(44%)’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생활고’를 검색하면 최신 기사가 항상 존재하는 요즘이다.
올해 정부의 복지 예산은 200조원으로, 국가 전체 예산 중 35%를 차지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나서겠다던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예산 배정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세 모녀가 생활고로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후, 2016년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개월 이상 가스비 체납에 따른 가스 공급 중단 △건강보험료 6개월 이상 체납 △국민연금 보험료 3개월 이상 체납 △대출금 등 3개월 이상 금융 연체 △단전, 단수, 자해·자살 시도로 병원 응급실 내원 등 25종 지표로, 총 29개 지표를 통해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찾는다. 이 시스템을 통해 2개월마다 약 500만명의 복지 지원 후보자들이 발견된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간에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복지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내지 못하는 등 복지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10만명의 사람들이 실종된다. 그 중 8만5천명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라진 사람들이다. 경제 불황으로 인해 홀로 살아갈 자신을 잃어 세상에 나오며 받은 이름과 나이, 신분을 버리고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서 스스로 지운 것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는 이와 같은 사태를 ‘죠하츠(烝發)’라 명명했다. 경제적 불황과 사회적 빈곤을 이기지 못하고 자발적 실종을 택한 사람들. 이들은 앞으로 살아가며 공공기관에 방문하지도, 정부의 복지와 지원을 받지도 못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죠하츠만이 그들에게 제2의 삶을 선사했다.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이처럼 국가를 잃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은 우리 정부가 구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 속 국민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복지제도나 사회보장 체계에 대한 반성이 긴급한 시점이다.<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