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택시
청년기업 아만보 29. 코액터스
현재 대한민국 장애인 수는 약 258만명, 전체 인구의 5% 정도 되는 숫자다. 그중 장애인 고용률은 2017년 OECD 기준 49.2%로, 회원국의 평균 수치보다 높아 보이나 사실 이들의 대부분은 단순노무직이나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살아가도록 지원해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기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코액터스(CO:ACTUS) 송민표(27)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생 시절 동아리 프로젝트로 시작된 ‘고요한 택시’는 청각 장애인 기사님이 운행하는 택시다. 택시에 탄 승객이 뒷좌석에 달린 태블릿 속 ‘고요한’이라는 앱을 통해 기사님께 목적지를 전달하면 청각 장애인 택시 기사님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행 중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거나 목적지를 변경하고 싶다면 태블릿의 메시지 창이나 버튼을 통해 기사님께 전달할 수 있다.
그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장조사를 하던 차에 해외에서 6천명의 청각 장애인들이 우버택시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는 결과를 수집했다. 이에 고요한 택시의 가능성을 확신한 송 대표는 작년 6월 이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다. 그 후 경주에서의 첫 시행을 시작으로 서울, 남양주로 지역을 넓히고 여러 명의 청각 장애인 기사 양성을 위해 교육과 실습을 도왔다. 그 결과, 현재 총 13대의 고요한 택시가 손님들을 찾아가고 있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객체라는 편견을 깨고 장애인도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코액터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택시’라는 다큐멘터리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고요한 택시가 사업화되기 시작할 때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들의 편견을 꼽았다. 청각 장애인은 운전할 수 없다는 편견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편견과 달리 도로교통법은 운전경력 1년 이상인 1·2종 보통 면허 소지자는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택시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송 대표는 “청각 장애인이라고 해서 비장애인보다 사고율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방어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더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청, 한림대학교, 도로교통공단의 합동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청각 장애인 운전자는 비장애인보다 잘 듣지 못하는 대신 시야가 넓어 실제 교통사고 발생률은 0.012%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사이렌 소리나 외부의 소음을 진동으로 바꾸는 기술을 시험 단계까지 제작했었다며 구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청각 장애인을 도울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사회적 장벽이 있었기에 송 대표는 “기사님과 고객들의 좋은 반응과 애정 어린 관심이 이 일을 하는 큰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고요한 택시임을 알고 승차 거부를 하는 사람부터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들까지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내리기 전에 태블릿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거나 수화로 감사함을 표시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그를 보며 기뻐하는 기사님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탄탄한 사회적 기업의 수장이 된 그는 대학생들에게 “창업은 이상적인 것만 생각할 수 없고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도 않아서 때론 기적도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굉장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자신도 아직 도전해나가는 단계에 있다며 코액터스가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열매를 맺고 사회적으로 좋은 가치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는 포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