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2020-06-17     박예진 기자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 찬란한 삶과 더 찬란한 죽음을 위한 지침서 ”

저  자 유성호
책이름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출판사 21세기북스
출판일 2019.01.23
페이지 280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삶이 있고 100가지의 죽음이 있다. 나만의 고유성은 죽음에서도 발휘돼야 하지 않을까?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이다. 이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p.206

‘죽음’이란 참 강렬하고도 어지러운 단어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으며 무엇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일까. 사회는 죽음에 침묵하고 사람들은 회피한다. 하지만 여기, 매주 시체를 보러 가는 남자가 있다. 사람들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그. 눈을 감아야만 만날 수 있는 그는 죽음을 학문하는 법의학자다.


법의학(Forensic Medicine)은 ‘법률의 시행과 관련된 의학적, 과학적 사항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의학 분야’로 정의된다. 따라서 그가 만나는 죽음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범죄 피해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가 만났던 스스로 선택한 안타까운 죽음, 가족들과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 수사가 필요한 억울한 죽음 등 마지막 메시지를 담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의 가방엔 수많은 죽음 기록이 들어있다. 20년간 1천500구가 넘는 시체를 보면서 그가 느낀 ‘죽음’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얇은 죽음 기록이라 할지라도 매 순간, 그들의 삶을 무겁게 묵념하고 있다는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왜 죽음을 준비하고 고민해야 하는지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묵직하지만 따뜻함이 묻어 있는 그의 문체는 두렵기만 했던 죽음을 마주한 뒤 다가올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자살, 고독사, 안락사, 웰다잉(Well Dy ing). 21세기 죽음에 관한 화제로만 엮인 소주제들은 현재 자신의 삶에 회의감이 들거나 인생의 우울에서 헤매고 있는 모든 이에게 삶의 가치와 방향을 제시해준다. 이어 뇌사와 장기이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자 기자는 죽음 그 이후의 ‘나’를 잠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만났고 누구보다 오랜 시간 죽음에 대해 고찰한 저자는 독자들에게 삶의 이면에 놓인 죽음의 의미를 마주해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자신만의 계절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덮은 뒤, 기자는 처절한 울음소리 대신 경쾌한 재즈가 흘러나오고 흰 국화 대신 평소 좋아하던 보라색 진달래꽃이 놓여있고, 원망이 아닌 사랑의 토닥임이 전해지는 ‘나만의 장례식’을 그려봤다. 生과 死 그 어느 곳에도 정답은 없겠지만, ‘죽음’ 전 당신의 마지막을 고민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