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개성을 찾아서

184. 커스텀 문화

2020-11-10     추헌지 기자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기자는 모두의 흰 운동화, 비슷한 옷을 보며 개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비슷한 옷과 무난한 흰 운동화를 신은 이도 여럿이었다. 이에 며칠 전 주문한 흰색 새 운동화가 배송된 날, 나만의 개성이 담긴 운동화를 제작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이미 신발장을 차지한 흰 운동화가 몇 켤레 더 있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갖춰진 상태였고, 여기에 나만의 개성을 담아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으로 바꿔내면 커스텀은 성공적일 것이다.

 

 

오늘만큼은 ‘나도 디자이너다’라는 생각을 하며 부푼 마음으로 몇 가지 재료를 사러 집을 나섰다. 가까운 문구점에 가서 재료들을 살펴보던 중 커스텀 전용 펜이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하고 물에 녹지 않는 유성펜과 빠르게 마르는 아크릴 물감 몇 개 집어 설레는 발걸음으로 문구점을 나갔다. 

 

집에 돌아온 후 새로 산 재료와 운동화를 펼쳐놓고 성공을 기원하며 바로 커스텀을 시작했다. 먼저 커스텀 하지 않을 부분을 종이테이프로 감싸주고 방금 깎은 연필을 사용해 스케치했다. 신발의 울퉁불퉁한 면과 천 특성상 스케치가 쉽지 않아 당황했지만, 끝이 뭉툭한 연필로 바꿔 스케치하니 더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스케치 후 완성된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나만의 신발이 생기는 것에 기대감이 부풀어 빨리 채색 하고 싶었다. 막상 채색을 시작하려고 하니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실패해도 ‘나의 개성이 담긴 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거침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채색하면서 한 번에 선명한 색감이 올라가는 것을 기대했던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여러 번 덧발라 올려야 선명한 색감이 나타났다. 다행히 빨리 마르는 아크릴 특성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아크릴을 다 바르고 그 위에 유성펜을 이용해 낙서하듯 평소 좋아했던 문구나 단어 등을 넣었다. 온전히 나의 취향에 맞춰 완성된 운동화를 보며 뿌듯함이 느껴졌고, 이것이 커스텀 문화의 매력 아닐까 생각했다. 

 

개성이 담긴 운동화를 바라보다 보니 옆에 있던 핸드폰과 에어팟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또 한 번 창작열이 불타오른 기자는 자신감 있게 아크릴과 유성펜을 들어 커스텀을 시작했다. 처음 커스텀을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자신감 있는 붓 터치와 과감한 손놀림이 더해지니 자유분방한 커스텀의 매력이 더 커지는 듯했다. 

 

완성 후 커스텀 한 운동화를 신고 케이스를 낀 채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개성 있다는 친구들의 말과 어디서 구매했냐는 물음이 쏟아지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물건이라고 당당하게 답하는 내게서 어딘가 독보적인 개성이 뿜어나오는 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평범했던 운동화와 케이스라는 흰 도화지에 기자의 개성을 듬뿍 담아 그림을 그렸더니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틀에 박힌 관념이나 남들과 다른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현재 청년들에게 커스텀 문화가 왜 유행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것을 만드는 커스텀, 구하기 쉬운 재료로 남들과 다른 나만의 멋진 작품을 갖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 모두 꽤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