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레이놀즈의 〈프리가이〉, 그가 사는 게임 속 세상은?
⑤ 오픈 월드 세상
여기 평온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다. 바깥세상은 매우 시끄럽고 야단법석이라 이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은 평온하다고 생각할 수 없겠지만 평범한 은행원인 가이는 정작 커피 한잔으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낸다. 사실 이 남자가 사는 세상은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날강도뿐 아니라 갱단이 거리를 활보하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 기상천외하고 장대한 그의 세상은 다름 아닌 게임 속 가상의 도시다. 그런 와중 사랑을 쟁취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영웅으로 거듭나려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가이는 게임 속 NPC다. 여기서 NPC는 게임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퀘스트 혹은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스템 캐릭터를 말한다. 이미 수많은 게임 세상 속에 이러한 NPC들이 존재해 사용자에게 게임 팁이나 이벤트 정보를 주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가이가 사는 세상은 게임 속 가상도시 ‘프리시티'이고 이 게임은 오픈 월드 게임의 일종이다.
오픈 월드 게임은 사용자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말하는데 게임 속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 정해진 루트로 이동하거나 이야기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들과 다르게 사용자 의지대로 자유롭게 세상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게임 속 세상을 하나의 공간으로 설정하여 공간적 제약을 철저하게 없애 사용자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오픈 월드라고 한다. 오픈 월드라는 개념과 메타버스라는 세계관을 완벽하게 연결 지을 순 없겠지만 분명히 유사한 점은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결합한 합성어다. 시공간을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라는 의미의 ‘가상 세계'를 뜻하고 있어 몇 년 전 등장했던 VR의 가상현실과는 다른 차원으로 봐야겠다.
메타버스가 이룩한 가상 세계에서 나를 대신하는 존재 즉 내가 설정한 캐릭터는 현실과 또 다른 옷을 입고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들과 소통을 한다. 혹자는 메타버스의 세계관 자체가 현실과 연동돼 절묘하게 합쳐지는 것을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을 메타버스의 사례로 들긴 했지만 어느 학교의 입학식이나 언론 대상 기업 발표 행사도 실제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진행된 바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이자 언택트 문화가 온라인을 넘어 메타버스로 이어지게 됐다.
페이스북은 향후 5년 이내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광고 수익이 어느 정도 정점에 올라 있으니 이를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옮기려는 모양새다. 국내 기업 중 ‘SK텔레콤’이나 ‘네이버’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모호한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300조가 넘는 미래의 먹거리라고 말한다. 메타버스가 제대로 사회에 정착하려면 일상의 디지털화 ‘라이프 로그'가 꾸준하게 이뤄져야 하고 사무실이나 학교를 옮겨간 듯 가상의 공간과 거울 세계가 완벽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세계관이 확장되면 우리는 그 안에서 더욱더 많은 것들을 영위할 수도 있다.
지금도 메타버스라는 키워드 하나에 수많은 기사가 떠오르고 또 양산된다. 수도 없이 올라오는 긍정적 측면의 이야기 아래에는 일부 부정의 시각들이 깔려있기도 한다. 지향해야 할 테크놀로지에는 반드시 지양해야 할 것들이 숨어있다. 메타버스를 통한 개인 정보 유출과 보호라는 필수적인 개념부터 MZ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정보 격차와 소통, 메타버스 테크놀로지의 악용을 넘어 충분히 가능할 법한 범죄 우려의 목소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 건전한 생태계가 올바른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메타버스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세계가 창조되기도 한다. 그 세계에도 수많은 사람이 진입하게 될 것이고 또 아무렇지 않게 현실과 동떨어져 생활하게 될지도 모른다. 메타버스 트렌드라고 해서 우후죽순 난립만 끌어낼 것이 아니라 질서 있는 세계관의 정립과 확립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