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한민국 꿀벌 실종 사건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4년밖에 없다고?

2022-05-10     이소영 기자·김채윤·박준정 수습기자
일러스트

 

Prologue

어느 날 갑자기 꿀벌이 사라졌다. 지난 1월, 남부지방 월동 농가에서부터 충청 지역과 경기 지역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꿀벌들이 실종됐다. 사태가 확산하면서 양봉농가뿐 아니라 과수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21세기 들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군집 붕괴 현상’ 중 하나로, 세계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는 꿀벌 실종. 본지는 꿀벌 실종이 생기는 복합적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꿀벌을 찾습니다 

꿀벌이 대규모로 사라진 상태를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하 CCD)이라고 일컫는다. 이 현상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는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집단으로 폐사하면서 일어난다. CCD는 2006년 미국 전역 27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최초 보고됐고, 당시 1년 사이에 미국 전체 꿀벌의 약 35%가 사라졌다. 그 후에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에서도 동일 현상이 나타났지만, 우리나라에서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처음 발생해 지난 3월까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충청북도까지 북상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관찰되며 전국적인 사건으로 번졌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기준, 전국 227만6천593개 벌통 중 39만517개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등록된 벌통 중 17.2%가 사라진 수치다. ‘농촌진흥청’은 이 현상을 “겨울 동안 벌통 하나당 꿀벌이 보통 1만5천 마리 이상 산다고 한다면 58억5천775만여 마리가 실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실종된 벌통에 대한 피해 금액은 1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집 나간 꿀벌을 찾습니다’라는 표제를 걸고 전문가 자문회의까지 소집하며 심각성을 알린 바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양봉협회에서는 국내 CCD 현상이 과거 미국에서 발생했던 사례와 유사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양봉 기술이나, 일반적인 환경에 의해서 꿀벌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많은 벌통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기이한 현상이다. 

 

용의자는 누구인가 

한반도 전역에 퍼진 CCD 이유와 규모는 동면 후 깨어나지 못해 꿀벌이 죽는 사태와 다르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부분 기후위기와 인재(人災)로 분류하며 다양한 해석을 거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한국형 CCD의 원인이 복합적이라고 하면서 응애로 인한 피해를 언급했다. 응애는 후기문아목을 제외한 거미강 진드기목의 총칭으로, 생태계 영양물질의 순환에 큰 역할을 하지만, 농작물이나 가축에 기생해 직접 경제적 손해를 끼친다. 응애는 꿀벌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피해도 입힌다. 농가에선 주로 응애 제거를 위한 농약을 사용하는데 농약 성분 일부가 꿀벌의 기억상실을 초래해 문제로 여겨진다. 작년 응애를 없애기 위해 오랜 기간 농약 처리를 한 탓에 꿀벌은 물론 여왕벌까지 실종됐다.

응애 피해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실종되는 일은 없었기에 관련 연구원들은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중 ‘곤충잠업연구소’는 꿀벌의 면역력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3~4년 동안 ‘꿀벌의 식량’으로 알려진 밀원수가 부족해 일종의 설탕물인 사양을 꿀벌에게 먹였더니, 꿀벌의 면역력을 저하해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급격한 밀원수 감소 원인은 무엇일까. 지자체들은 편향적인 산림정책을 꼬집는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야산엔 꿀을 얻을 수 있는 밀원수인 아까시나무가 많았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면서 아까시나무의 왕성한 번식력이 오히려 일반 나무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마구 뽑아 버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목일 나무 심기와 산불 지역 복원 사업 시 밀원수를 심는 대신 경제적 가치만 고려한 임목 위주 조림산업을 주로 하고 있다.

 

멸망이 다가온다 

양봉 업계 일각에선 이상 기온으로 인한 꿀벌들의 영양실조와 산불 같은 영향으로 앞으로 10년간 양봉이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이 CCD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꿀벌 실종은 정말 심각한 문제인가? 누군가는 “꿀벌이 멸종된다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4년밖에 없다”고 경고할 정도로 꿀벌 실종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꿀벌 실종의 결과는 단순히 꿀이 없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100대 작물 중 약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한다고 밝혔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작물 생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통계다. 2008년 발표된 논문 「한국 과수 및 채소 생산에서 꿀벌 화분매개의 경제적 가치 평가」에 따르면 꿀벌이 미치는 공익적·경제적 가치는 약 6조 원으로 추정된다.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꿀벌이 사라질 경우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식량난과 영양 부족으로 한 해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일 22.9%, 채소 16.3%, 견과류 22.3%로 생산량이 줄어 필수적인 영양소 공급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 꿀벌 실종은 곧 인류 실종이다. 적극적인 정부·지자체 차원 조사와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Epilogue

‘유엔(UN)’은 2017년, 꿀벌을 보존하자는 의미로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다. 5월을 맞이해 꿀벌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아직 그들의 소중함을 모르겠다면 꿀벌 멸종 이후 식단을 상상해 보자. 과일과 샐러드는 전혀 볼 수 없고, 수분(受粉) 없이도 자라는 뿌리채소만 있는 식탁 말이다. 먹이사슬이 무너져 유제품뿐 아니라 소고기도 단연 없을 것이고, 고기라고 해도 민물 생선구이 한 토막 정도다. 어떤가, 꿀벌 없는 세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