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비건 열풍, 나도 한 번 탑승해볼까?

채식은 필수 아닌 선택

2022-05-17     강서영 기자·이은정·이해헌 수습기자
일러스트

Prologue

웰빙과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며 ‘비건(Vegan)’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MZ세대에게 비건이 유행으로 자리 잡은 추세다. 단순 식품에서 비롯해 화장품, 의류, 인테리어 등 비건의 영향력은 광범위하게 확장했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 다가온 비건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진 않은가. 이에 본지는 오늘날 비건이 주목받는 이유와 채식 실천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왜 ‘비건’이냐면 

채식주의 성향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비건이라는 영단어는 1944년 만들어졌다. 영국과 미국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채식주의와 비건은 우리 사회에 점차 통용돼왔다.


채식주의의 종류는 범위에 따라 7단계 또는 8단계, 더 세밀하게는 11단계로 나뉜다. 가장 많이 알려진 단계는 채소, 달걀, 육류를 기준으로 분류된다. 기준에 따라 ‘비건’,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폴로 베지테리언’이 있다. 비건은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육류, 생선과 같이 동물에게서 얻은 모든 식품을 일절 거부한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과일과 채소, 유제품은 섭취하되 육류와 어패류, 달걀을 비롯한 동물의 알은 먹지 않는다. 폴로 베지테리언은 채식과 유제품, 조류까지 섭취를 허용하며 오로지 소와 돼지 같은 붉은 고기를 거부하는 준 채식주의다.


우리가 비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환경보호와 건강, 가축 윤리 보호의 영향도 있다. 낙농업과 가축이 만들어내는 메탄가스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은 환경오염의 원인이자 비윤리적인 축산업에 저항한다는 뜻에서 채식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했다.


김기랑(식품영양) 교수는 “건강에 관한 관심 증가와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 문제, 환경 오염 문제들을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채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권과 환경보호를 위한 채식 선택은 건강에도 좋은 결과를 이끌기에 젊은 세대의 자연스러운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적정량을 지켜야 할 이유 

채식은 동물 복지와 환경보호에 일부 기여해 기후 위기와 생태계 유지를 위한 실천에도 함께할 수 있다. 환경보호 활동을 지속해온 청년 구성 단체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이하 빅웨이브)의 팀원 황서영(26) 씨는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40%가 고기가 될 동물에게 주어진다며”며 락토오보 베지테리언만 돼도 감축할 수 있는 CO2가 60억 톤으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비건 식단이 이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양학적으로 취약할 위험이 높아 충분한 필수영양소 섭취가 필요한 영유아, 임산부, 노인 등에게는 극단적 비건 식단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식물성 급원 식품에는 동물성 식품으로부터만 공급받을 수 있는 일부 필수아미노산,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들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과 청소년이 비건 식단을 할 경우 성장 저하, 빈혈, 근육 손실, 골다공증 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는 말처럼, 체내 변화와 영양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며 본인에게 맞는 채식을 선택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건을 도입한 사람들 

대학가에서도 비건 확산 움직임이 보인다. 경북대, 서울대, 중앙대 등은 비건의 영향력에 발맞춰 학생 식당에 비건 메뉴 도입을 시도했다. 작년 중앙대 서울캠퍼스 ‘오늘’ 총학생회(이하 중앙대 총학생회)는 재학생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비건 학식 도입’ 공약을 이행했다.


작년 9월 중앙대 총학생회에서 재학생 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건 학식 만족도 출구조사」에 따르면 ‘논비건 입장에서 비건 가능식의 만족도’ 질문에 78.9%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앙대 서울캠 최승혁(24) 전 총학생회장은 “비건 학식은 월 1회를 시작으로 주 1회까지 늘려 지금까지 운영 중”이라며 “다른 학식 메뉴가 질적인 면과 가격 측면에서 나빠지지 않도록 서로 상생하는 방식으로 도입됐기에 재학생의 대부분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빅웨이브는 지난 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비긴 비건 챌린지’를 진행해 160명의 지원자와 채식 인증 방식을 도모하고 있다. 챌린지 시행 목적은 ‘채식에 대한 관심 고취’와 ‘채식 생활에 관심 있는 사람들 간 네트워크 형성’이다. 빅웨이브 팀원 황 씨는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건강한 채식 문화확산이 계속되길 기대했다.

 

초보자에게 전하는 지속 가능한 비건 

처음부터 채소, 달걀, 육류를 일절 거부하는 비건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비건의 영향력을 실감했다는 김건(물리·1) 씨는 “비건에 관심은 있지만, 인체에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은 주로 동물들로부터 얻을 수 있어 실행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비건을 결심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완벽한 비건을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선택해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채식주의다. 평소 비건을 지향하는 ‘대학생기후활동’ 소속 이서영(컴퓨터공·1) 씨는 “처음에는 비건을 완벽히 실천하기 어려웠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시작해 지금은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비건 지향 방법은 다양하다. 주중에는 자유롭게 먹되 주말에는 비건 식당 방문하기,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 이용하기가 있다.


단조로웠던 채식은 비건 열풍에 발맞춰 다채롭게 변화 중이다. 이 씨는 “대부분 비건을 ‘풀만 먹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떡볶이와 파스타, 케이크 등의 음식도 얼마든지 비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와 각자의 속도로 비건 실천을 늘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Epilogue

비건은 환경과 동물권 보호를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비건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논비건에게 비건 실천을 강요하거나, ‘비거니스트(Veganist)’를 불만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두 입장이 상생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