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이야기 할 때 이 영화가 빠지면 안되죠
⑰ 메타버스와 VR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는 영화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이야기할 때마다 지겨울 만큼 거론된 게임과 영화가 있다. 완벽한 메타버스의 개념이 아닌 오픈월드 유형이기는 해도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등을 게임 사례로 종종 언급해왔다. 미국의 10대들로 한정됐던 로블록스 유저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가상현실의 놀이터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무한한 창작의 세계로 거듭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야심 차게 연출한 <아바타> 그리고 오픈월드 게임을 배경으로 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프리가이>도 종종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이다. 지금도 메타버스와 관련된 영화를 검색하면 다양한 결괏값이 제시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을 결코 놓칠 순 없을 것이다.
2018년 개봉된 이 작품은 국내 관객 225만여 명을 끌어모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가상현실이 지배하는 2045년이라는 배경과 막대한 상금이 걸린 가상 세계의 스펙타클한 임무를 담은 영화의 플롯은 2011년 출판된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 작품의 내용을 옮겨왔다. 이 작품은 약 1억7천5백만 달러가 투입된 SF영화로 배경은 2045년, 실제 개봉은 2018년, 영화 속 가상 세계에 담긴 오마주는 거의 1980년대 캐릭터들이라 때에 따라 괴리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은 시궁창 같고 모두가 탈출을 꿈꾼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명대사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도 그렇지 않을까. 설령 시궁창이 아니더라도 매너리즘에 빠진 현대인들 누구나 탈출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영화 속 주인공 웨이드 오웬 와츠나 사만다 에블린 쿡 등 모든 사람이 현실을 벗어나 탈출을 꿈꾸기 위해 가상 세계에 접속한다. 우리가 인터넷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계정이나 게임 세상에 진입했을 때 사용하는 닉네임이 다양하게 존재하듯 이들 역시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타이 셰리던이 연기한 주인공 웨이드 오웬 와츠가 가상 세계에서 불리는 이름은 ‘Z’다. Z의 일행은 무엇이든 가능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오아시스라는 곳을 탈출구로 삼는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현실의 웨이드를 대신하는 아바타 Z 역시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영화 포스터에 짙게 새겨진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어 문구 중에서 ‘ONE’이라는 단어 안에 아주 작은 달걀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중에서는 ‘이스터 에그’라 말하는걸 손에 쥐는 캐릭터가 오아시스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 플롯의 뼈대다. 마치 숲속에서 보물찾기하는 모양새와 달리 오아시스라는 오픈 월드 세계에는 다양한 장애물이 등장한다. 쥬라기공원을 방불케 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눈앞에 나타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마천루 위에서 거대한 킹콩이 도로 위로 내려앉기도 한다. 오아시스 세계에 마주친 괴수들은 게임 속에 등장하는 괴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45년이라는 배경과 맞지 않는 과거의 괴수 출현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어쨌든 충분히 몰입감이 있고 때론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매너리즘에 빠져 시궁창 도피를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메타버스는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레디 플레이어 원>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의 메타버스를 언급하기에 매우 적합한 케이스라고 봐도 된다. 그러나 하나둘씩 구현되고 있는 현실의 메타버스는 오아시스처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득 담아낸 메타버스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오아시스가 게임 요소에 가깝다면, 지금 구현되고 있는 메타버스는 비즈니스나 서비스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할법한 그림들을 그리는 중이다. 멀지 않은 근미래에 오아시스와 같은 세상이 열리면 현실과 메타버스의 경계를 잘 구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