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캠 중앙 동아리 ‘가객’ 집행부와 일부 부원 간 갈등
동아리연합회에 동아리 감사권 없어… 관련 입장도 無
지난 6일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어쿠스틱 밴드 동아리 가객의 실태에 대해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회비 사용 내역의 부재, 권력 세습, 집행부의 특권의식과 만행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같은 날 글 게시 이후 ‘가객 회장 이송화입니다, 악의적인 비방글 관련한 입장문입니다.’라는 제목의 반박문이 게시됐다.
가객 일부 부원 및 폭로자 측 입장
- 동아리 카카오톡 단체방 내 인원과 MT
회비 내역 속 인원이 불일치
- 회비 내역 공개가 불투명
- 졸업생의 동아리 운영 관여
동아리 카카오톡 단체방 내 여름 MT 수요 조사에서 참여를 희망한 인원은 44명이었다. 그러나 가객이 공개한 회비 내역의 ‘엠티 회비’를 살펴보면 166만5천 원으로 실제 MT에 참여한 부원은 37명(MT 회비 4만5천 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참한 7명 중 5명은 코로나19에 확진돼 환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숙소비 95만 원과 비품 79만5천870원, 의자 파손으로 지출된 3만 원을 모두 합하면 177만5천870원으로 MT 회비로 모인 166만5천 원에서 부족한 11만870원은 기존 회비(한학기 기준 2만 원)로 충당했다.
동창회 MT 회비 내역이 실제와 맞지 않는다는 의혹도 있었다. 숙소 사이트에 따르면 예약비는 1박에 76만705원이라 명시돼 있으나 회비 사용 내역에는 130만9천443원으로 게재돼있다. 취재 결과 가격이 날짜와 인원수에 따라 달라졌다. MT는 8월 중순 성수기 주말일정에 인원 추가까지 했기 때문에 사이트에 명시된 금액과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본지는 집행부가 제시한 영수증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졸업생이 동아리 운영에 관여한 점은 집행부와 졸업생 당사자가 모두 인정했다. 당사자인 심우주(피아노·21졸) 씨는 “여름 MT 때 일손이 부족해 차를 이용해 짐을 나르고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또한 알림제에 참여한 이유는 “2016년 집행부를 거쳐 2020~2021년 회장을 맡아 알림제 진행 방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답했다. ‘에타’에 올라온 집행부 해명문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동아리 활동을 경험해본 적 없는 집행부원들에게 조언을 하고자 집행부의 카카오톡 단톡방에 속해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원 A 씨는 동아리 집행부 단톡방에 초대돼 부원 모르게 공연 일정과 공연에 올릴 부원을 심사하는 등의 직접적인 권력을 행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권력 남용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제보에 의하면 심 씨가 재학 당시 함께 활동하던 주변인들로부터 “그만 활동하고 졸업했으니 나와라”라는 충고를 들었음에도 계속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와 달리 가객 집행부 측은 “졸업생은 도움을 줬을 뿐 직접적인 권력 행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가객 집행부 측 입장
- 악기 수리에 회비 사용
- 선출 방식대로 회원 투표 없이
집행부원 동의 하에 새 회장 선출
- 권력 남용은 없었음
집행부 측이 10만 원을 악기 수리비에 사용했다고 공개한 것에 반해 피아노 페달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제보가 있었다. 집행부는 학기 초 점검을 통해 피아노 문제를 확인했고 수리를 진행하려 했으나 연습이나 공연으로 인해 피아노 자체를 악기사에 맡길 수 없어 선금만 납부했다. 악기를 수리하기 전에 먼저 결제한 것은 10만 원의 동아리 지원금이 소멸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피아노 페달은 수리가 아닌 구매를 해야 하는 품목이라 해결하지 못했고 동아리 활동 기간 동안 공연, 연습, 버스킹 등 피아노를 사용해야 하는 행사들이 많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음을 밝혔다. 전반적인 악기 상태에 대해 익명의 부원 B 씨는 망가지거나 줄 소리가 나지 않는 것들이 있으며 스피커를 포함해 마이크 또한 낙후돼 음질이 깨끗하지 못하다 말했고, 익명을 요구한 부원 C 씨는 악기들이 오래된 부분은 있으나 수리 및 관리를 주기적으로 해 불편을 겪진 않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증빙 자료가 없어 제기된 횡령 의혹에 대해 집행부는 횡령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하며 지난 16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동아리 회비 사용 내역을 증빙할 모든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사용 내역을 워드로만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수십 개에 달하는 거래 내역 전부를 올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무리이며 원래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는다고 인수인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수증 공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학기 회장으로부터 선배 후원금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영수증 공개 요구 당시까지의 자료를 요구했다면 모두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원 B 씨 역시 “회비 사용내역이나 영수증을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은 것이지 공금을 집행부가 횡령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집행부 선출 방식에 대한 제보도 이어졌다. 회장의 변경이나 집행부 모집에 있어 공지 혹은 부원들의 투표가 진행되지 않고 기존 집행부가 차기 집행부를 선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집행부는 2018년에 동아리 내부 사정으로 인해 동아리 주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로 집행부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선출 방식이 변경됐음을 설명했다. 2019년에는 인원 보충 목적으로 집행부를 충원한 바가 있었으나 새로운 집행부와 기존 집행부와의 불화 발생으로 집행부 내 회의를 통해 선택제로 선발하고 있다. 현재 추후 차장 선출 방식에 대해 투표로 선출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동아리연합회의 대응 및 권한
- 동아리 감사권 없음
- 동아리에 대한 징계안 발의는 가능
-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 의견 없음
한편 동아리연합회 회칙(이하 회칙) 35조(징계 및 구제) 1항에 따르면,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은 등록된 동아리에 경고 또는 등록 취소의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회칙 36조(경고 또는 등록 취소에 해당하는 사항) 2항에는 “동연의 제반 활동을 저해하고, 심대한 손상을 입히는 경우 경고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경고 처분을 받은 동아리는 예산 분배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2년 내 2회 이상의 경고 조치를 당할 경우 등록 취소의 대상이 된다.
한국외대를 포함한 일부 타 대학에서는 총동아리연합회의 감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 대학 동연의 감사권은 없으며 총대의원회도 동아리를 감사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아리 내에서 횡령과 같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견제할 기구 자체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가객 집행부의 피아노 수리 관련 선지급의 경우, 학생자치단체였다면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대학 감사 규정 제15조의 3(학생회비 사용 제한 항목)에 “모든 행사에 대한 학생회비 선지급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기 때문이다. 동연 회칙에는 관련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감사 규정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에타에서는 동연의 감사권 여부와 상관없이 가객에 대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는 게시글이 27개의 추천과 21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폭로글이 올라온 지 3주가 지났지만, 죽전캠 동아리연합회 ‘모아’는 아직까지 가객이나 감사권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게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