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3만7천명을 대표할 수 있을까
◇ 총장의 비전과 생각은 그 대학을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우리는 총장의 활동에 관심을 쏟고, 그의 발언에 귀를 기울인다. 특히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는 일은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속한 대학의 내일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 우리 대학은 13명으로 이뤄진 총추위에서 추천한 3명의 총장 후보중 1명를 이사회가 총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간선제와 임명제를 섞은 느낌이다. 13명의 대표위원 중 사회인사 대표위원 3명을 빼면 사실상 교내 구성원을 대표하는 위원은 10명이다. 교원 5명, 직원 2명, 학생 3명이 자신들의 집단을 대신한다.
◇ 학부생 2만9,000여 명과 대학원생 4,700여 명, 교원 3,300여 명과 직원 300여 명으로 구성된 우리 대학 구성원 3만7,000여 명을 그들 10명이 대표하는 것이다. 단순 계산해봐도 1명이 3,700여 명을, 실제 비율로 따지자면 대학생 대표위원이 각각 1만5,000명과 1만3,000명을 대신한다. 서로 다른 1만여 명의 의견을 어떻게 한 사람이 대표할 수 있을까.
◇ 지금 당장 총장 선거제를 직선제로 바꾸자는 얘기가 아니다. 숙의 없이 변경하는 선거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간선제를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위원 수를 늘려 한 사람이 대표하는 사람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 우리 대학처럼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숭실대의 경우 36명의 학생 위원이 2만여 명의 학생들을 대표한다. 한 명이 550명 정도의 학생을 대신하는 셈이다. 거기에 교원과 직원은 직선제로 운영한다. 우리 대학도 학생 뿐 아니라 교원이나 직원을 대표하는 인원을 늘린다면 구성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지 않을까.
◇ 신임 총장이 선출되면, 우리에겐 선출 제도를 손볼 수 있는 4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심도 깊은 협의와 논의를 바탕으로 더 많은 구성원의 의견과 생각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