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제도’ 도입과 그 영향, 전 국민 다 같이 어려진다?

이젠 설날에 떡국을 먹어도 한 살 더 먹지 않게 될 전망이다. 자기소개할 때 빠질 수 없는 ‘나이’는 일상생활부터 행정, 법까지 우리 삶 구석구석에서 사용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민법상 만 나이가 표준이지만, 일부 법에서는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연 나이를 사용하고 국민들도 관습적으로 세는 나이를 쓰고 있다. 6월 28일, 이러한 나이 계산법들이 만 나이로 통합된다. 본지는 ‘만 나이 제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이 제도가 끼칠 영향에는 무엇이 있을지 살펴봤다.

2023-06-02     서다윤·구예승 기자·김은결·김연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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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나이’ 통일과 그 이유
나이 계산법은 흔히 ‘한국식 나이’라 부르는 ‘세는 나이’, 국제 통용 기준인 ‘만 나이’, 현재 연도와 출생 연도의 차를 이용하는 ‘연 나이’로 나뉜다. 한국식 나이의 계산법은 출생일부터 1살로 시작해 매년 1월 1일마다 1살씩 더한다. 만 나이는 출생일 기준 0살로 시작해 생일이 지날 때마다 1살씩 더하는 계산법이다. 한국은 이 세 가지를 혼용해 나이 계산법의 혼동으로 인한 법정 분쟁이 발생해왔다.


4년간의 긴 소송 끝에 작년 막을 내린 ‘남양유업’ 노사의 임금피크제 관련 법적 분쟁 또한 나이 계산법의 혼동으로 발생했다. 계약서 상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는 나이 ‘56세'에는 만 나이 여부가 기재돼 있지 않아 노사 해석이 갈라졌다. 기업 측은 “문언상 ‘만'이 적혀있지 않은 만큼 한국 나이 56세를 적용해야 한다”며 만 55세를 주장했지만, 노조 측은 “문언상 만 56세가 맞고, 만 55세로 해석하는 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해 해석하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는 결국 사측의 승소로 판결났지만, 다양한 나이 계산법이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뿐 아니라 나이에 따른 의약품의 용법과 용량, 버스 운송운임 무료 대상 아동의 나이, 사회복지 정책과 행정상 나이 등 나이 해석과 관련된 혼선은 곳곳에서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불필요하다고 여겨 ‘세는 나이’에서 ‘만 나이’로의 나이 계산법 통일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작년 12월 8일 ‘만 나이 통일’을 위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에 따라 이달 28일부터 법정, 행정상 나이는 모두 ‘만 나이’로 통일된다.

 

만 나이 제도가 불러올 긍정적 바람
만 나이 통일은 불명확한 나이 기준으로 인한 불편과 혼란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법령 체계를 다잡고, 외국과의 나이 계산법에 관한 제도적 거리감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행정적 차원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법을 집행할 때 효율적으로 대상자 집단을 통제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전 국민이 지금보다 어려진다는 점일 것이다.


‘나이 권력’이라고 부르는 사회상 탓에 ‘빠른 연생’은 혼란을 야기시키는 존재로 치부돼 왔다. 이런 호칭 문화가 뿌리 깊은 만큼 만 나이로의 통일이 ‘빠른 연생’처럼 차별이나 혼란을 야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학년이더라도 다른 나이가 적용되기에 법 제정 이전, 서열 문화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만 나이 제도가 여태 한국에서 자리 잡기 힘들었던 이유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재학생 김륜재(고분자공4)씨는 “만 나이 제도를 시행하면 생물학적으로도, 나이별 구분도 원활해질 것으로 보여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며, 어려지는 느낌이 나 기분이 좋다”고 답했으나 “같은 반 학생들 사이에서도 나이가 달라 혼란이 있을 것 같다”는 우려 또한 표했다.

 

제도 시행이 불러올 혼란 
만 나이 통일은 불명확한 나이 기준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되지만, 오히려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 또한 피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청소년 보호법, 병역법, 공무원임용시험령, 소득세법 등은 여전히 ‘연 나이’를 적용하기에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혼선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법제처에서는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에는 연 나이를 규정하고 있는 개별 법령을 만 나이로 개정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과 국민 의견수렴을 거친 후, 소관 부처와 협의해 개별 법령의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가장 많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바로 음주와 흡연 가능 나이다. 새로 규정된 ‘만 나이’를 적용하는 것은 민법 분야지만, 술· 담배 구입, 술집 출입 등은 ‘연 나이’를 적용하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규정된다. 따라서 해당 연도에 만 19세가 된다면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과는 관계 없이 모두 가능하다. 올해 기준 2004년생은 합법적으로 음주나 흡연을 할 수 있다.


우려되는 점은 나이 확인에 대한 사업자의 부담이다. 지금도 미성년자의 나이 속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사업자가 있는 만큼 법 적용 이후 사업자의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와 법제처는 이를 고려해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1일까지 사이트 ‘국민 생각함’에서 「나이 확인 관련 사업자 부담 완화 방안」을 실시했다. 설문에는 4,434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3,583명(80.8%)이 ‘나이 확인과 관련해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법제처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나이 확인을 위한 신분증 요구 법적 근거와 위·변조된 신분증을 믿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신분을 확인하지 못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 처분 감경·면제 근거 등 사업자 부담 완화 방안을 담은 관계 법령 정비안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은행 업무와 관련해서도 혼선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오현숙 우리은행 단국대지점 상담원은 원래 은행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운영한다며 “현재 추가적인 공지는 없기에 제도 도입으로 인한 업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정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은
제도가 시행된 후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례들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용인시청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임병희 용인시청 법무주무관은 “가장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버스요금의 감면 대상이 6세 미만이라고 할 때 기존에는 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 중 어떤 나이를 적용해야 할지 헷갈렸지만, 이제는 기준이 명확해진다”라고 답했다.


만 나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묻자 임 주무관은 “우선 만 나이 제도가 시행됐다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용인시에서도 각 행정복지센터 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나 반상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권했다”고 답했다. 이어 “시민들도 개인 차원에서 인터넷을 통해 본인의 만 나이를 확인해 보고, 자신을 소개하거나 생일 초를 꽂을 때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 나이를 사용하면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자체와 시민 각각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pilogue
6월 28일을 기준으로 모든 국민이 1살 내지는 2살 어려진다.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정부는 변화한 ‘만 나이 제도’가 국민의 일상에 새로움과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공용화된 나이 계산 방식을 쓰는 만큼, 뿌리 깊게 뻗어 있는 나이 중심 서열 문화부터 정리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아직 확실히 개정되지 못한 일부 연 나이 관련 법률 또한 논의가 필요하다. 젊어지는 대한민국, 이젠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이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