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문제라도 ‘함께’하면
기자는 그날그날 해야 하는 일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상이 어긋나지 않게 일정을 항상 조절했고 그래서 혼자가 편했다. 혼자 밥 먹는 것도 개인의 시간을 계획대로 알차게 보내는 것도 좋았다. 바쁜 하루를 쪼개 영화나 전시회를 보러 다니며 혼자 여유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행복했다. 기자의 생활은 큰 자극도 큰 감동도 없었지만, 안정적이었고 고요했다.
혼자 작업하면 실수해도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타인과 협업을 시작하면, 실수가 피해로 이어지고 본인의 부족함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에 더해 기자에게는 관계 쌓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진다.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에 지친 상태였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만남을 피해갔다. 혼자가 익숙해졌고 무난한 삶에 길들여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단대신문 수습기자 공고 포스터를 보게 됐다. 기자가 되면 지금까지 회피했던 일들을 직면할 수 있는 각성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작정 기자 생활이 시작됐다.
기자의 이름이 적힌 기사가 하나둘 쌓여갈 때마다 모두의 노력 끝에서 신문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문사 구성원들이 열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기획 회의부터, 취재팀을 꾸려 기사를 완성하고 부장단에게 피드백을 받는 그 모든 절차를 단대신문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이루고 있었다.
크고 작은 회의가 일어나는 순간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소통이다. 하지만 기자는 오랜 기간 혼자 책임지는 것이 익숙해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어색했다. 특히 정기자가 되면서 맡게 된 큰 부피의 기사들은 기자의 부족함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모호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일을 게을리해 오해로 이어지기도 하고 불명확한 답변으로 팀원에게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도 본인으로 인해 우리 취재팀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압박이 돼 기자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 시기를 견뎌내고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이 있다면, 동료 기자들과의 대화가 더 자주 이뤄진다는 것이다. 기사에서 필요한 정보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본인이 작성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더 해서, 기사가 같은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결국 하나의 글을 완성해야 하기에 함께 상의하고 소재를 깊이 이해하는 그 시간이 매우 중요함을 지금은 알고 있다.
아직도 기자에게 ‘함께’ 작업을 하는 일은 어려운 과제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란 항상 어렵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답이 없어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마다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 주고 수많은 길을 제시해 준 선배·동료 기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서희 기자 heeya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