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을 넘은 버튜버 대중문화로 녹아들까
미스테리 캐릭터에 매력 느껴 2030년까지 17조 성장 전망해 대중화 위해선 기술 혁신 필요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외모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들이 있다. 최근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더 이상 비주류문화로 보기 어려울 만큼 성장한 ‘Virtual YouTuber(이하 버튜버)’이다. 기자는 새로운 시대를 표상하는 버튜버 문화 속으로 빠져봤다.
화면 속의 또 다른 나. 버튜버
버튜버는 실제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가상 캐릭터를 사용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시연자는 모션캡처 기술을 통해 영상 속 캐릭터에게 목소리와 표정을 비롯한 몸짓을 입혀 새로운 자아를 구축한다. 실제의 모델이 없는 인공지능 캐릭터, 성우가 목소리만을 입히는 애니메이션과는 명확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또한 버튜버가 직접 공개하지 않는 한 실제 이름과 나이 등의 신상정보를 알 수 없기에 몇몇 버튜버는 자체적으로 설정과 컨셉을 부여한 가상의 인물로서 활동하고 있다.
국제적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글로벌 버튜버 시장 규모는 작년 2조 8,000억원으로, 오는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에도 그 크기가 커지고 있다. 개인·기업·정부에서 다양한 버튜버를 내세우는 가운데 버튜버 ‘미츄’를 운영하는 기업 ‘스콘’은 정부 연구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 사업에 선정됐다. 이는 버튜버 문화가 연구 개발 자금과 사업화 자금, 해외 마케팅 자금을 지원받는 등 산업의 영역까지 그 범위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의 영역을 벗어난 버튜버
현재 버튜버는 방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활동과 아이돌 활동을 병행하는 버츄얼 아이돌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고공행진 중이다. 버츄얼 아이돌 그룹인 ‘이세계 아이돌’의 신곡 ‘Kidding’은 멜론 차트 2위를 달성했다. 다른 버츄얼 그룹인 ‘플레이브’ 역시 미니 앨범 초동 판매량 20만 장을 돌파했다. 플레이브의 팬인 재학생 A씨는 “거부감이 있었던 처음과 달리 가상의 모습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특기와 능력을 보이는 버튜버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도 플레이브 혹은 다른 버튜버를 계속해서 좋아하겠다”고 말했다.
버튜버를 홍보의 새로운 방향성이라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강서구청은 마스코트를 의인화해 만든 버튜버 캐릭터 ‘새로미’를 통해 강서구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새로미를 담당하는 강서구청 홍보팀 관계자는 “버튜버를 홍보 활동에 활용한 해외의 지자체 사례와 국내의 다양한 버튜버 활동을 보고 구정 홍보에 접목하면 좋은 시너지라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버튜버 활동이 공직사회에서 시도된 바 없기에 그 자체만으로 신선하게 느껴져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청은 이런 새로미를 통해 공식 유튜브 구독자 수가 7,500명 이상 상승하는 홍보 효과를 얻었다.
직접 올라 탄 버튜버의 파도
최근에는 전용 프로그램이나 장비 없이도 손쉽게 버튜버를 체험할 수 있는 앱이 등장했다. 이에 기자는 버튜버 문화를 직접 경험해봤다. 앱에 가입하자 기자의 가상 캐릭터의 모습이 기자를 반겼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헤어스타일, 눈, 코 입 등의 모양과 피부, 머리카락의 색까지 모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직접 방송까지 진행해 보니 가상으로 만들어진 방송 부스에서 돌아다닐 수 있었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방송하니 평소에 낯을 많이 가리던 기자도 편하게 다른 버튜버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가상공간이지만 현실의 시공간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타인과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한편 현재 버튜버로 활동 중인 스트리머 `하디아'는 “버튜버의 특징은 메타버스라는 시공간적 한계가 없는 것과 단순히 대화뿐만 아니라 얼굴인식, 동작인식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콘텐츠를 시청자들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버튜버인 스트리머 ‘도뤼도뤼’는 버튜버 또한 다른 크리에이터와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향후 서브컬쳐 문화를 넘어서 더 일상적이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버튜버가 늘어난다면 대중 문화로 정착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 밝혔다.
버튜버, 한때의 유행일까
버튜버는 기존 1인 방송과 달리 ‘사생활 보호’에 힘쓸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얼굴과 체형을 가리고, 방송 환경을 2D 배경으로 설정해 방송인 개인의 정보 노출을 최소화한다. 그럼에도 영화 매트릭스에 진실을 알려주는 매개체로 나오는 ‘빨간약’처럼 시청자들은 버튜버의 현실 모습과 과거의 행적에 집착하곤 한다. 버튜버는 가상의 공간과 콘셉트가 개성이기에 신상이 공개되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방송의 정체성마저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한, 원조 격인 일본은 서브컬처 팬층이 두터운 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모습을 바꾸는 게 타인을 속이는 것과 같다는 의견도 있다. 이해영(토목공3)씨는 “자신을 가상에 숨기는 듯한 모습에 처음부터 좋은 시선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먹방 유튜버의 유행으로 수많은 유튜버가 생겼지만, 지금에는 많은 수가 사라졌다”며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버튜버 문화가 주류 문화가 아니며, 미흡한 기술력과 반짝 유행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높은 시장 가치로 주목받는 버튜버 산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유영훈·서다윤·서희·김예은 기자·류승주·박정윤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