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의 초심
2023, 초심을 경계하라
초심(初心), 참 어렵고도 쉬운 말이다. 남들은 “초심을 찾아라”라고 쉽게 말하곤 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는 초심이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1505호 단대신문 기획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더운 여름날 편집장 인수인계를 처음 받고 첫 기획 회의를 진행했다.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말하면 할수록 입이 말랐다. 편집장으로서 주관하는 첫 회의니 내 초심은 똘똘 뭉쳤다. 초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는다. 첫 발행 때의 설렘과 열정의 초심이 지금도 여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애매하다.
익숙해진다는 것,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초심은 익숙함에 취약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기, 연말, 지금 내 초심은 취약할지도 모른다.
마지막 백색볼펜을 쓰기 전, 초심으로 돌아갔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던 학창 시절의 글을 보았다. 우리 대학을 합격하기 위해 논술고사 연습지에 새겨진 빨간펜의 흔적은 종이를 뚫을 정도였다. 나의 초심은 종이를 뚫었다. 나의 초심은 단대신문의 도약을 위해 빨간펜을 간절하게 짓이기고 있다.
2024, 단대신문 초심을 다져라
단대신문에 2023년은 유의미한 해이다. ‘대학신문’을 발간하는 것에서 유의미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만 그럼에도 2023년은 단대신문의 핵심 연도이다. 단대신문은 2023년 ‘베를리너 판형’으로 판형을 변경했다. 기존의 대판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단대신문만의 판형을 적립했다.
더불어 1500호 달성이라는 겹경사도 맞았다. 수많은 대학신문이 폐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와중 단대신문은 1500호를 달성했다.
“펼쳐라, 단국이 보인다.” 단대신문의 슬로건이다. 펼치면 단국이 보인다. 그러나, 대학신문의 위기가 왔다는 것에 일맥상통하게 단대신문을 완전히 펼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그럴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학신문의 초심이란 무엇인가. 교내 소식을 학우들에게 신속, 정확히 보도하고 들리지 않는 곳까지 귀를 기울이며 ‘저널리즘’의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 대학신문의 사명이다.
학우들도 ‘학내 언론’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우리 대학 학우들은 매우 아쉽게도 학내 언론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물론 ‘대학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학우들의 관심이 없다면 그 언론은 원동력을 잃는다.
재학생들은 학내 언론을 살려야 한다. 학내 언론이 없어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곧 학생이다.
2024, 초심의 초심을 찾아라
1달 남짓이면 2024년의 단국을 맞이한다. 2023년의 단국은 정신이 없었다. 총장이 바뀌었고, 4년 만에 학생 자치의 활성화가 이뤄졌으며, 크고 작은 유의미한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단국은 지금 간절한 초심으로 똘똘 뭉쳤다. 이러한 단국의 초심이 익숙해지지 않길 바란다. 단국의 도약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 변질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초심은 처음에 먹은 마음 또는 처음에 가지고 있던 마음이라는 의미다. 모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처음 다짐하는 출발점이 초심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 만족을 느끼고자, 자기 마음대로 하고 또 변화를 꺼리는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라는 항상성 성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자연환경은 물론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초심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단국에게 후진은 없다. “이 정도면 됐다”라는 말은 단국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단국은 저력이 있다. 단국은 할 수 있다. 단국이 초심을 잃을 때면 우리는 초심의 초심을 떠올려야 한다.
송주연 편집장 zooyeon@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