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대학과 공부

2024-03-05     김미지(국어국문) 교수

몇 달 전부터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는 ‘단국대 생성형 AI 종합정보’라는 페이지로 연결되는 창구(배너)가 생겼다. 대학 구성원들 특히 교수자와 학습자 그리고 연구자들이 챗 GPT나 미드저니, 소라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은 놀랄 만큼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그에 따른 사회 문화적 정치적 이슈들 또한 업데이트되고 있는 와중이니 대학 사회에서도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임은 분명하다. 개강을 앞두고 학생들 맞을 준비에 한창인 이때, ‘종합정보’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며 쏟아져 나오는 관련 뉴스를 스크랩한다고 부산을 떠는 것 또한 이 급변의 시대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의 소산이리라. 

 

챗 GPT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 꼭 일 년, 그동안 세상은 알게 모르게 많이 변하고 또 변하지 않았다. 특히 학문의 전통이 고수되곤 하는 대학에서 더구나 인문학 분야에서는 예상보다 그 변화의 수용이나 대응이 더딘 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글을 읽고 쓰고 조사하고 요약하고 보고하는 많은 일들이 해오던 매뉴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그 사이 생성형 AI 시대에 글쓰기란 또 지적 작업이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서랍 속에 넣어둔 채로였다. 

 

이제 20대를 지나고 있는 대학생들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이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닥뜨려야 할 것이고 또 더 많은 도전과 기회 그리고 고민과 혼란 속에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장 보수적으로 인간 두뇌의 능력(Human Intelligence)에 붙들려 있는 인문학자조차도 매년 새로운 스무 살을 만나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이 변화의 시대를 어떻게든 따라가 봐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대학생 시절에는 지금껏 해오던 대로 버틸 수 있겠지만, 아마 몇 년 뒤가 되면 완전히 다른 기업 환경과 노동 환경을 마주하고는 곤혹스러움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예상이나 걱정이 현재 어떤 전망도 방안도 가지지 못한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말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문학 교수로서 여전히 믿고 싶은 것은 인문학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결국 해답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써내고 읽어낼 수 있는 능력, 번역문의 적실함을 판별하는 능력, 더 아름답거나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 연대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훈련하고 키워야 함을 강조할 것이다. 변화는 변화대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기술, 윤리, 가치를 둘러싼 수많은 이슈에 마주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과 새로운 시대를 향해 함께 나아갈 생각에 새 학기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