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이 실질적으로 유죄추정 받는 이유

① 유죄추정의 원칙

2024-03-19     단대신문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실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변론하다 보면, '실질은 유죄추정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 실제 형사소송에서는 유죄추정일까?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형사소송의 전체 단계는 크게 수사기관이 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의심을 받는 피의자를 수사하는 수사단계와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범죄를 범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후 기소하여 피고인으로서 법원의 판단을 받는 재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피해자의 고소로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를 예로 들면,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고소가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는 불러서 물어보고,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 조사한다. 계좌내역도 추적하고, 전화통화내역도 확인한다. CCTV 도 확인한다. 그리고 고소당한 자(피의자)를 불러서 조사한다.

 

수사한 결과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등의 경우에는 기소를 하지 않고(불기소처분), 또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기소를 유예할 수도 있다.

 

불기소처분도 할 수 있고,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기소 유예를 할 수 있음에도 검사가 기소했다는 것은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기소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범했음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고 그 피고인이 처벌받을 만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피고인들이

결국 피해자가 고소한다고 무조건 기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불기소처분도 할 수 있고, 혐의가 있더라도 일정한 경우 기소유예처분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검사가 기소했다면, 이미 피고인에게 범죄혐의가 있다는 검사의 주장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유죄추정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기소가 되면 피고인을 유죄로 추정하는 경향은 형사법정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도 한다. 필자가 국선전담변호사로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나쁜 사람들을 왜 변호해 주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위 질문 자체에서,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범죄를 범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신뢰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형사법정에서도, 일반 사람들에게도 유죄로 추정되는 것이다.

 

 

김혜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