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찾으려면 어둠 속으로…과학을 문화로 개척하고파”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41) 매 순간을 과학과 연결 짓기 위해 몰두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대화 기술의 비결 ‘과학’은 나의 사랑이자 내 삶의 치료제

2024-04-09     황유림 기자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을 하셨죠?” 궤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밈(Meme)이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날아다니는 귀신이 지박령이 되려면 빠르게 자전하는 지구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살면서 지박령을 마주친다면 무서워서 도망칠 것이 아니라  땅에 고정된 방법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두려움까지 눌러버린 과학에 ‘미친 자’다. ‘세상을 바꿀 남자’이자 과학의 독보적인 길을 개척하는 개척자, 궤도를 만나봤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연구자로서는 더 훌륭하신 분들이 많았고, 연구를 하는 것보다 그분들에게 의미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환경을 만들려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찾던 중 해외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 활동을 하는 분들을 접하게 됐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역할이 대중들에게 연구자의 일이나 환경에 대해 알릴 수 있고, 한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과학에 관련된 참신한 주제는 어떻게 구상하나.

“어떤 이야기를 전할 때, ‘과학’이라는 어려운 주제가 제시되면 대중들이 거부감을 가진다. 전혀 관련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결국엔 그것이 ‘과학’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과학은 과학적인 사고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과학으로 다룰 수 없는 소재가 많지만, 매 순간, 과학과 연결 짓기 위해 노력한다.”

 

-본인이 느끼기에 과학은 재미있는 주제인가.

“과학은 재미있다. 그러나 대중들이 과학에 재미를 느끼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과일을 예로 들어보면 과학은 파인애플 같은 존재다. 알맹이를 먹으려면 시간도 꽤 걸리고, 까기도 쉽지 않지만 까서 과육을 씹는 순간 달콤함에 빠져든다. 과학도 그렇다. 그렇기에 과학이 계몽이나 교육적인 측면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과학을 문화로써 즐기는 세상을 꿈꾼다. 대중들도 과학자들을 더 이해하고 소통하려 하고, 과학자들이 내놓은 결과물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지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지평좌표계'와 같은 과학과 관련된 수많은 밈(Meme)을 만들었다.

“‘안다’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것과 과학에서 쓰일 경우가 의미가 많이 다르다. 일상에서의 ‘안다’는 무언가를 ‘활용’할 줄 안다는 의미이다. 반면, 과학에서 쓰이는 ‘안다’는 본인이 특정 주제에 대해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대해 질문했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대해 전혀 모를지라도 ‘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대해 질문했을 땐 대부분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대중은 익숙한 것에 끌린다. 스마트폰과 양자역학 둘 다 잘 알지 못할지라도 들었을 때 익숙하지 않은 건 일단 ‘모른다’고 답한다. 따라서 과학이라는 키워드 자체도 대중들에게 익숙해진다면 대중들은 과학을 ‘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과학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과학 용어를 사용한 밈(Meme)을 만들어서 대중들이 과학에 더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이자 ‘안될과학’ 채널의 목표이다.”

 

-과학 이야기를 막힘없이 잘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대화 기술의 비결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인데,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이렇게 얘기하는 게 맞는지 계속 살피면서 눈치를 보는 것이다. 과거에 대화 기술의 비결이 미숙했던 시기도 있었고, 지금도 미숙하지만 수많은 노력을 통해 오랫동안 과학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가상의 세상이라고 주장하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대한 생각은.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우리 문명을 세 가지 정도의 가능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겐 최종적으로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최초의 인류였으나 기술이 부족했거나, 기술이 있었는데 철학적·윤리적 이유로 안 만들었거나, 우리가 시뮬레이션 세상을 만들었으나 현재의 우리는 몇 번째 문명인지 모르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는 세 번째 선택지가 가능성이 더 높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이 우주가 시뮬레이션이 아닐 확률은 10억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한다’라고 한다. 내 생각은, ‘시뮬레이션 우주론’이라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검증할 수 없는 가설에 대해서는 믿는다, 믿지 않는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게임 같은 경우에도, 게임 속에 있는 캐릭터들은 자기들이 게임 캐릭터인지 알 수가 없다. ‘시뮬레이션 이론’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대학 시절에 성실한 학생이었나.

“대학 생활을 열심히 했고, 남들보다는 덜 놀았다. 공부도 열심히 했으나 외부 활동을 더 많이 했었다. 강연도 틈나면 가고, 기회가 생기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봤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에 애를 쓰고 몰두했던 시절이었다. 대학 생활 내내 굳이 누군가가 나에게 일을 시키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에 몰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다.”

 

-과학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린아이 중 과학을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 과학에 대한 즐거움이 꺾이는 시점이 중·고등학교 시절인데, 단순히 과학을 문화로서 즐기던 어린 시절이 지나고 청소년기에 과학 자체를 즐길 만큼 과학이 매력적인지 증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성인이 돼도 과학이라는 문화를 음악, 미술이나 스포츠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궤도’의 인생에 있어 과학이란.

“과학은 ‘사랑’이다. 굉장히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팬 분들에게 사인을 해드릴 때 ‘과학은 사랑입니다’라고 적는다. 사랑 자체가 과학적인 작용이기도 하고, 과학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과학이라는 것은 사랑처럼 무한하게,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게 만든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과학의 재미를 몰랐다가 제 방송을 보고 재미를 알게 되셨다는 분들이 많다. ‘삶이 무료하고 아무런 재미도 없고 내가 왜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을 할 때 제 콘텐츠를 보고 너무나도감명을 받으셨다는 분도 계셨다.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셨는데, ‘세상에 내가 이렇게 아예 모르는 게 있구나,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세계가 있을까?’ 하면서 그 뒤로 그 영상을 너무 많이 보셔서 이제 거의 외우셨다. 이를 통해 내가 만드는 콘텐츠들이 많은 영향을 주겠구나. 더 고민해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단대신문 독자들에게 한마디.

“별을 찾으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라. 천문학에서는 별을 보기 위해서 주변에 빛이 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밝은 상황에서는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빛을 다 끄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내가 찾는 별이 나온다. 우리가 정말 밝고 아주 편안한 환경에서는 내가 찾는 목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선택의 순간, 더 편하고 쉬운 길을 고르면, 내가 진짜 뭘 찾고 있었는지 목표를 잃을 수 있다. 그러니, 선택의 기회가 올 때 좀 더 고생하는 쪽을 골라라. 그 선택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고, 내가 찾는 목표일 가능성이 높다.”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무언가에 미쳐있었던 적이 있는가? 그의 과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과학의 매력으로 지적 갈증의 해소와 삶의 치유로 뽑을 만큼 그는 이 순간에도 과학에 미쳐있다. 과학을 문화로 즐길 수 있는 세상, ‘세상을 바꿀 남자’ 궤도가 만들 세상에 기대를 걸어본다.

 

연구자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전향, '궤도 시대' 개척했다.

 

지평좌표계에

과학 중 특히 우주를 좋아하던 그는 천문우주학과로 진학해 석사 과정을 밟았다. 석사 과정 이후 연구자의 길을 계속 걷고자 천문우주학 박사 과정까지 진학했으나 연구자로서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과학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2017년 팟캐스트의 일환인 '팟빵'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시작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 팟캐스트였지만 과학을 주제로 하는 팟캐스트는 몇 개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후부터는 과학이 없는 플랫폼에서는 최대한 과학 이야기를 다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가졌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이 변화하며 팟캐스트, 아프리카TV를 거쳐 유튜브에서 ‘안될과학’이라는 채널의 멤버로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현재는 108만 구독자 보유 중인 대형 유튜버이다. 누리호 1차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의 모든 누리호 발사 방송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침착맨’ 채널과 tvn <데블스플랜>에 출연하며 현재는 인기의 최절정을 달리고 있다. 1983년생. 연세대 천문우주학 학·석사. 연세대 천문우주학 박사과정 중퇴. 유튜브 ‘안될과학’ 채널 멤버. 

 

 

황유림 기자 yulmi@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