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이어폰 잘 못 사용하면… 외이도염·난청 시달린다

사용 자체가 악영향 주는건 아냐 장시간 사용 시 세균 번식 위험 착용 방식도 ‘귀 건강’에 영향 통풍 잘 되는 제품 사용하고 사용 후 일정 시간 휴식가져야 

2024-09-03     박정윤·김민재·안소은 기자

#1. 우리 대학 재학생인 단국(21·가명)이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에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다. 밥을 먹을 때도 이동 시간에도 무선이어폰을 귀에서 빼지 않는다. 단국이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휴대전화의 경고도 무시하고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무선이어폰을 구매한 중학생 이후 이런 생활을 지속했던 단국이는 이전보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단국이는 자신의 청력 감소 원인이 과도한 무선이어폰 사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2. 수영을 즐겨하는 단신(25·가명)이는 외이도염에 자주 걸린다. 현재도 외이도염을 앓고 있는데 이번에도 쉽게 낫지 않는다. 단신이는 수영 후 매번 귀도 청소하고 이어폰 착용도 자제하는 데 왜 자신의 외이도염 치료에 진전이 없는지 의문이다. 단신이는 올바른 방법으로 귀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게 맞을까. 

2016년 애플의 ‘에어팟’ 출시 이후 무선이어폰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한국갤럽이 작년 7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선이어폰 이용률은 20대 83%, 30대 74%, 60대 44%이다. 편리함을 이유로 무선이어폰을 많이 사용하는 요즘, 무선이어폰이 우리의 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무선이어폰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대부분은 무선이어폰 사용이 우리의 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달리 무선이어폰 사용 자체가 귀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이민영 교수는 “귀가 건강한 사람이 무선이어폰을 착용한다고 해서 염증이 생기거나 난청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무선이어폰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 기능을 사용하면 난청이 생길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끄러운 상황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휴대전화 음량을 더 키우게 되기 때문이다. 기능을 활용해 작은 음량으로 듣는 것이 오히려 소음성 난청을 예방해 준다. 
이명이 들릴 때 무선이어폰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가설도 사실이 아니다. 이명에는 조용한 환경보다 적당한 소리 자극이 도움이 된다. 이어폰을 사용하다 보면 종종 귀가 찌릿하게 아파질 때가 있는데, 지속적이지 않거나 난청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것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무선 이어폰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잘못된 무선이어폰 사용이 불러오는 질병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이 이어폰을 사용할 때 흔히 느끼는 불편함은 귀가 간지럽거나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최지은 교수는 “이어폰 사용과 관련해 생길 수 있는 귀 질병으로는 귀에 염증이 생기는 외이도염,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 난청 등이 있다”며 “이어폰 사용이 외이도염을 직접적으로 일으킨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외이도염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셔터스톡

모양·착용 방식도 질병과 관계있어
무선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할 시에는 귀속의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귀 안쪽, 즉 외이도의 습도와 온도가 높아진다. 외이도는 평소 약산성을 유지해 세균과 곰팡이의 성장을 막아주지만,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는 산성도가 낮아져 세균이 더 쉽게 번식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귀에 염증이나 감염이 생길 위험이 커지고 청력에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무선이어폰 모양이나 착용 방식 또한 질병 유발 가능성과 상관관계가 있다. 최 교수는 “무선이어폰의 모양이나 착용 방식에 따라 귀에 밀착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며 “예를 들어 귀속 깊이 삽입되는 인이어형 이어폰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귀 안의 통풍이 잘되지 않아 염증이나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폰 관련 질병 중 난청은 한 번 손상된 청력을 되돌릴 수 없기에 이를 예방하고 일찍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난청의 초기 징후에 대해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반복해서 물어보거나, 가까이서 들리는 소리가 작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며 “특정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거나 이명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볼륨을 높이는 경우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으니, 문제 발견 시 전문 상담을 통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예민한 귀, 청결과 습도가 중요하다
무선이어폰 사용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어폰과 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하는 이어폰의 귀에 닿는 부분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주면 좋다. 다만 귀 청결을 위해 귀를 자주 파는 것은 좋지 않다. 귀지가 나오면서 이물질도 자연스럽게 빠져나와야 하는데, 강제로 빼내게 되면 귀에 도움이 되는 균도 같이 나오거나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샤워나 수영 후에 귀를 완전히 건조하고 이어폰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귀 건강을 지키기에는 충분하다. 
이 외에도 여름철 습한 환경에서는 되도록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귀속이 습하지 않게 통풍이 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성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만약 외이도염이 발생했다면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는 이어폰보다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이더 좋다. 

 

무선이어폰

적절한 음량과 휴식시간 지켜야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어폰 볼륨을 적당히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볼륨의 60% 이하로 소리를 유지하고, 한 번에 60분 이상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정 시간 귀를 휴식시켜 귀의 피로를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보통 휴대전화 기능에 이어폰 사용량과 음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으니 경고 메시지에만 잘 따르면 귀 건강이 쉽게 나빠질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귀에 상처가 있다면 무선 이어폰 사용이 독이 되므로 고막 내시경을 통해 고막에 염증이나 구멍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추가로 무선이어폰 선택에 있어, 자기 귀에 맞는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인이어형이나 커널형 이어폰은 귀를 밀폐해 질병 발생 위험이 높다. 따라서 귀 건강을 위해 귀에 압박감이 적고 통풍이 잘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박정윤·김민재·안소은 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