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를 때마다 연극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 이예은(뮤지컬·13졸) 뮤지컬 배우

재학 중 앙상블로 데뷔, 뮤지컬 배우의 꿈을 펼쳐 방학 때도 학교에 나와 학내외 공연 준비 몰입 단국에서 보냈던 순간들 사회생활에 큰 자양분 돼

2024-09-24     김도연 기자

“안녕하십니까. 단국대학교 예술조형대학 공연영화학부 뮤지컬 전공 21기 08학번 89년생 이예은입니다!” 이예은 배우가 학부 시절 외운 신입생 인사다. 이 배우는 2010년 캐스팅됐던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시작으로, 자신의 졸업식 당일까지도 뮤지컬 <레미제라블>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거쳐 간 공연의 시작과 끝에 단국이 있다. 공연 예술 업계에 약 14년째 발 담그고 있는 동문 이예은 뮤지컬 배우를 만났다.

 

- 음악·예술대학 공연영화학부 뮤지컬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뮤지컬 전공을 떠올리면 단연코 우리 대학이었다. 타대학을 포함해 뮤지컬 전공 학과 중에 우리 대학이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 리스트 중 우리 대학이 상위권이었다. 그렇게 37대1의 경쟁률을 뚫어 수시로 합격했다. 당시 우리 대학에 지원하는 순간부터 합격 문구를 알렸던 스크린 화면까지 모두 간직해뒀다. 여전히 외장하드에 이 사진들이 자리 잡고 있다.”

 

- 우리 대학에서 진행했던 학내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수많은 학내 공연에 참가했다. 방학 때도 학교에 나와 뮤지컬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다. 또 자발적으로 신입생 환영 공연에 서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입학 후 첫 공연에 올랐을 때이다. 당시 학교 공연은 2학년부터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렇게 선배들의 공연 언더스터디로 참여했다. 인더스터디는 해당 배우가 갑작스런 사정으로 공연에 참여가 불가능해지면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렇게 단 한 번 무대 위에 섰는데, 당시 역할이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의 ‘퍼씨’였다. 솔로 노래를 부르며 모든 조명이 나에게로 향했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의 소중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스핏파이어 그릴> 작품을 ‘퍼씨’ 역할로 2021년에 다시금 마주했다. 학교에서의 꿈과 로망이었던 것들이 실현되는 뿌듯한 치유를 받았던 작품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우리 대학 뮤지컬 전공 수업은 무엇인지.

“학교를 열심히 다녀서 전공 수업의 기억이 전부 조금씩은 남아있다. 교양 수업을 포함해 전공 수업 또한 많이 들었다. 연극전공 수업을 통해 마당극을 배우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공연 제작 실습수업이 가장 뜻깊었다. 학우들과 함께 역할을 나눠 조명·무대·연기를 파트별로 맡았다. 공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배우게 돼 좋았다.”

 

- 대학 생활을 통해 성장한 점이 있다면.

“학교에서 보낸 모든 순간들이 사회로 나갔을 때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1학년 때 엄격한 단체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다. 공연은 팀원 간의 결속력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성향을 우선시하기보다 단체에 맞춰 행동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이러한 단체 생활을 통해 사람을 상대할 때 융통성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그 경험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왔을 때 큰 자양분 됐다.”

 

- 본인만의 캐릭터 연구 방법이 있는지.

“나만의 캐릭터 분석법 자체가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둬 놓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내가 만족할 때까지 열심히 연습하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매번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려고 노력한다. 2015년 작품 <베어 더 뮤지컬>에서 ‘나디아’ 역할을 연습하며 콤플렉스를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외모나 내적으로 가진 콤플렉스를 내 방식으로 표현해야 했다. 연출님과 이야기하며 짧은 숏컷을 하면 조금 더 사연 있는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이런 캐릭터를 만들었다.”

 

- 2017년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드 뮤지컬 <위키드> ‘네사로즈’ 역할로 여우신인상을 수상했는데.

“나의 진심, 그 당시의 내 상태, 그리고 ‘네사로즈’ 캐릭터를 만나 좋은 시너지가 났다. 사실 신인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후보에 올랐을 때도 깜짝 놀랐다. 네사로즈가 원 캐스트이기 때문에 1년의 공연 기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관객들과 마주했다. 매회 진심으로 임했던 마음을 알아봐 주신 거 같아 기뻤다. 모든 것이 그저 잘 맞아떨어졌던 시기였다.”

 

- 출연 작품 중 가장 완성도 높았던 작품은.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본을 읽어 보면 군더더기가 하나 없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명확하고 인물 간의 연결도 자연스럽다. 관객들은 극을 보며 숨겨져 있는 메시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호프>의 전 시즌에서 `과거 호프'를 연기했다. 연습 과정에서부터 수정된 부분이 거의 없다. 여전히 손댈 부분 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 뮤지컬 배우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공연 창작 분야에 관해서도 관심이 있는지.

“또래 작곡가·작가들과 함께 창작 집단을 만들어 시도한 적이 있다. 나는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또, 누군가 써놓은 대본을 충실히 이행하는 게 뮤지컬 배우다. 하지만 그것과 더해져 나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시도했다. 공모전에 나가 PT까지 해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어린 패기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보다 생각이 많아졌다. 사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인생에서 버릴 경험은 없으니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 지난 6월 폐막한 뮤지컬 <헤드윅>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헤드윅>의 모든 음악 안에는 자아가 있다. 와중에도 ‘The Origin of Love’는 너무 좋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노랜데 사랑의 기원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The Origin of Love’를 부르고 나면 ‘앞으로 <헤드윅> 무대가 몇 번 남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이 정도로 음악에 푹 빠져 불렀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 노래를 부를 때면 극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나한테 적용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기에 한 문장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언을 하자면 내가 누군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뮤지컬 역사와 사례들을 참고는 하되, ‘나’로서 현명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사회에 나가 위기가 닥쳤을 때, 언젠가 결국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 열심히 해보고 노력해서 무언가 이뤄내는 경험을 많이 하면 다시금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 단대신문 독자들에게 한마디.

“모교에서 연락이 와서 너무 기뻤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이메일을 통해 단국대의 주요 소식을 항상 챙겨봤다. 그 안에 담긴 동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 이런 인터뷰를 꿈꿨다. 또 하나의 꿈을 이룰 수 있어 벅찼고 반가웠다. 단대신문을 통해 인사할 수 있어 기쁘다. 이 기사를 읽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예은 배우는 재학 중 <미스 사이공>, <천국의 눈물>,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연습해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다. 우리는 현재 버티며 나아가고 있는 것에 지쳤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모든 경험이 미래의 나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보자. 그것은 단번에 나만의 힘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보는 경험 중요

 

이예은 배우는 경험을 통해 한계를 넘어섰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어떤 트라우마나 사연이 쌓이며 내 안에 한처럼 뭉쳐 있던 무언가가 있다”며 “응어리진 것들이 영원히 내 안에 맺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들을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한을 풀었다”고 밝혔다.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마다 스스로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맡게 되면 관객들이 특히 공감해 주고 좋아해 줬다고. “그런 역할을 진심으로 대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좋고 나쁜 추억 모두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얘기했다.

 

향후 차기작에 관해 묻는 질문에 이예은 배우는 “오는 10월 6~7일 뮤지컬 배우 박지연·이지수와 함께 셋이 콘서트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참여할 작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과 잘 맞고 좋은 메시지가 담긴 작품에 들어가게 돼서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989년생.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뮤지컬 전공 졸업. 2010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 데뷔. 2019년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초연 ‘과거 호프’ 역할로 참여. 2024년 뮤지컬 <헤드윅> ‘이츠학’ 역할로 참여.

 

 

김도연 기자 lveoyeon9@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