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콘텐츠 창작
4. 콘텐츠
대한민국도 이제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보통 100년 정도가 걸린다고 여겨졌던 고령화사회로부터 초고령사회로의 변화를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25년 만에 달성해 버렸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는 국가의 존립을 흔들 정도의 심각한 문제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전 지구적인 최우선 과제가 됐다. 콘텐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는 젊은 층이 기존 미디어를 떠나면서 TV 시청자와 라디오 청취자의 연령대가 급격하게 높아져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 제작자들은 대부분의 콘텐츠 소비자가 자신의 나이보다 낮은 연령대인 20~30대의 문화를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방송의 최대 돈줄인 광고주들이 2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에 광고를 집중적으로 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 연령의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콘텐츠 소비자 취향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업계의 분위기를 급격하게 바꾼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2019년 2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을 통해 방송된 <내일은 미스트롯>은 고령화사회 한국 시청자가 완벽하게 변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히트작이다. 여기에 2020년 같은 채널에서 방송된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더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한국의 음악 시장은 시니어 그룹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우리보다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당연히 이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일본의 지상파 ‘TV아사히’는 2017년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라는 전략을 세워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을 타깃층으로 자사의 프로그램 특히 드라마 콘텐츠에 변화를 줬다. 그 결과, 실제로 일정 수준의 시청률 상승이 있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채널 이미지가 ‘올드(Old)’해지는 부정적인 결과도 얻게 됐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려면 50대 이상의 연령대가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지만, 계속 변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 함께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순간, 콘텐츠 시장에서 아예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는 무서운 딜레마에 놓여 있다.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대중적이면서 젊은 감각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어낼 창작자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결국 콘텐츠 소비자들의 변화를 끊임없이 예의주시하며 자신의 개성을 작품에 녹여내는 창작자가 다음 트렌드의 승자가 될 것이다.
고찬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