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항상 연애에 실패할까
설렘과 떨림은 사랑이 아니다
가슴이 뛰고 설렌다고 전부 사랑일까. 캐나다 밴쿠버에는 세상에서 가장 긴 흔들다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서스펜션 브릿지(Suspension Bridge)가 있다. 70미터 높이에서 140미터 길이로 흔들거리며 쭉 뻗은 이 출렁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바로 이 높고 위험한 다리와 낮고 안전한 다리를 건넌 사람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두 그룹의 남성들이 각기 다리를 다 건넜을 때 매력적인 젊은 여성 또는 남성이 다가와 수업에 필요한 설문조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설문 작성을 마치자, 연구원은 자기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이 설문조사가 더 궁금하면 연락하라고 안내했다. 실험 결과, 높고 위험한 다리를 건넌 후 젊은 여성 연구원을 만난 남성의 절반이 전화했다. 반면, 낮고 안전한 다리를 건넜거나, 남성 연구원을 만난 남성은 거의 전화하지 않았다.
1974년, 심리학자 도널드 뒤 통(Donald Dutton)과 아서 아론(Arthur Aron)이 진행한 이 연구에서 우리는 각성한 상태에서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면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졌다고 믿을 확률이 높다고 알 수 있다. 심지어 공포감 때문에 심장이 뛰고 긴장되고 호흡이 가쁜 것을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고 착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랑은 신체적 매력과 성적 욕망에 기반하므로 매력적인 사람을 보고 ‘내 이상형이야’, ‘첫눈에 반했어’라며 설레고 떨리고 긴장하는 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자연스러운 신체적, 심리적 증상이다. 이러한 생리적(성적) 각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감정적 환상없이 공부하고 일하듯 냉철한 이성과 판단만으로는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인간이 사랑 앞에서 이성적이라면 아마도 우리 인류는 진작 자취를 감췄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은근히 자기를 무시, 차별해서 바짝 긴장한 상태를 사랑이라고 착각해 집착할 수 있다. 불편하고 두려워서 심박수가 높아진 것을 상대가 매력적이라고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감정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아니라 냉정한 이성(理性)을 발휘해 ‘정말로 괜찮은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 반복 고장 난 사랑 탐지 기능을 복구하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데 전념해야 한다.
박진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