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는 ‘환경 영웅’일까… 유해성 놓고 갑론을박

일부 보고서 기존 상식 뒤엎고 “플라스틱 빨대보다 해롭다” 환경부 국산업체 “사실 아니다” 친환경 제품 교육 강화도 절실

2024-10-08     안소은·박정윤·김도영 기자
플라스틱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종이 빨대가 친환경 대안으로 떠올랐다. 종이 빨대는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만들어져 생분해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등장 당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종이 빨대가 환경과 건강에 진정으로 이로운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친환경 대책으로 떠오른 종이 빨대
종이 빨대는 1888년 미국인 마빈 스톤(Marvin Stone)이 발명해 특허를 받았으나 플라스틱 빨대가 대중화되며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점차 해양 오염과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종이 빨대는 21세기에 다시금 재조명됐다.
정부는 2018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단계적으로 규제했고 2022년부터는 식품업계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이에 많은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했으나 불편함과 비용 문제로 부정적인 여론도 함께 증가했다.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했던 롯데리아 관계자는 “종이 빨대는 음료에 오래 담가 두면 변형되거나 찢어지기 때문에 불만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문제 역시 “작은 차이 같지만,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입장에서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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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보다 탄소 배출 많다
지난 3월 안양대 산학협력단과 주식회사 ‘에코윌플러스’는 「1회용품 저감 정책 통계 작성 및 관리 방안」을 통해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과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원인은 종이와 음료가 혼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행되는 플라스틱 코팅이다. 플라스틱 코팅이 화학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종이 빨대는 생분해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용된 종이 빨대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코팅을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재활용되지 못한 종이 빨대는 결국 매립·소각 된다.

 

일회용품을 매립·소각 할 때는 이산화탄소, 이산화항, 디클로로벤젠 등의 배출물질이 나온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빨대 5억개를 매입했을때 발생하는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배출량보다 많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비교해도 플라스틱 빨대는 56만6000kg인데 비해 종이 빨대는 258만kg으로 약 200만kg 차이가 난다. 물이나 토양의 산성화에 미치는 독성 정도도 플라스틱 빨대의 2배 이상 높았다. 이에 이칠원(화학) 교수는 “종이 빨대 코팅에 할로겐족 원소(염소, 불소)가 포함된 플라스틱 물질을 사용하면 환경에 나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PE나 아크릴 등의 코팅제가 사용되기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오해다”라고 말했다.
종이 빨대를 매립할 경우 종이 성분은 생분해되고 코팅 부분만 남기에 플라스틱 빨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자연환경에 남는다. 이 교수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무거우므로 소각 시에는 탄소 배출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탄소를 순환시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종이 빨대가 더 환경에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코팅이 인체에 악영향 줘
종이 빨대가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만큼 적지 않다. 종이 빨대를 코팅할 때는 주로 과불화화합물(PFAS)이 쓰인다. 과불화화합물은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 발암성 화학물질이다.

 

더불어 종이 빨대에는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독성 화학물질(중금속, 포름알데히드 등)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60도의 높은 온도에서 종이 빨대는 30분 이내에 완전히 용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종이 빨대가 인체에 주는 영향이 플라스틱 제품보다 나쁘지 않다고 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해가 없지는 않다. 종이 빨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처리하는 방법이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점은 개발·생산 단계에서 기업과 정부의 철저한 관리하에 문제를 줄여야 한다.

 

안전한 국산 빨대는 억울하다
종이 빨대가 환경 보호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그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해 지난 9월 5일 환경부는 국내 종이 빨대와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며 2018년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종이 빨대를 검사한 결과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국산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도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일’, ‘한솔제지’ 등 주요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독일 연방위해평가연구소(BfR)의 식품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한솔제지는 특히 종이 빨대 내 코팅에는 과불화화합물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수성 아크릴계 코팅제를 사용한다고 강조하며 안전성 논란을 반박했다.

 

친환경 대안을 위한 노력 필요
이 교수는 “탄소 중립 및 재활용성 측면에서 종이 빨대는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며, 인체에 주는 영향이 미미하므로 종이 빨대의 사용은 이어져도 된다”고 밝혔다. 

 

종이 빨대보다 효과적인 친환경 대안도 여럿 제시된다. 대안으로는 ▶대나무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유리 빨대 ▶식용 빨대 ▶실리콘 빨대 등이 있다. 그중 대나무 빨대는 재사용이 가능하며 자연 분해가 가능해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스테인리스 빨대는 내구성이 강해 장기간 사용과 세척 후 재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 종이 빨대를 대신할 대안이 다수 존재하지만 소비자들의 만족과 환경을 모두 고려한 빨대는 아직이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문화를 위해서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교육과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거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우리의 작은 편리함과 경제적 논리로 값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지속한다면 생각보다 이른 시일 안에 지구 환경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소은·박정윤·김도영 기자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