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나타나 폐기물 3톤 쏟아내는 ‘팝업스토어’

성동구에만 사업장 폐기물 4년 사이에 10배나 늘어나 폐기물 관리 사각지대 놓여 환경위기 대응 ESG 필요

2024-11-12     우하혜나·박가경 기자·최유경 수습기자

 

성수동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한 달 평균 9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팝업스토어 한 곳을 철거할 때 나오는 폐기물은 3톤 안팎에, 대부분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일반쓰레기다. 지구의 열병으로 유난히 긴 여름을 보낸 올해, 팝업스토어는 지속될 수 있을까.

 

팝업스토어란 ‘불쑥 나타나다’라는 ‘팝업’과 ‘상점’을 뜻하는 ‘스토어’가 합쳐진 말이다. 짧은 시간 임시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이자 체험형 홍보 매장이 이에 해당한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NEWEN AI’에 따르면, 지난 5월 포털사이트의 팝업스토어 검색량은 2021년 동기 대비 3.6배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체험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며 팝업스토어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강남과 성수, 이태원 등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팝업의 성지’라고 불리는 성수동 연무장길에 찾아가 봤다.

 

팝업스토어에

팝업의 성지, 그 이면엔 
이달 7일, 성수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즐기고자 찾아온 인파로 가득했다. 방문객들은 브랜드 특성을 살린 이색 전시와 체험을 경험하기 위해 긴 시간을 대기한다. 기자가 향수 팝업스토어에서 시향 체험을 하던 중,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풀풀 날리는 시멘트 먼지와 드릴 소리. 화려한 공간 너머 골목 곳곳에선 다른 공간들이 철거되며 각종 폐자재가 발생하고 있었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사람들의 양손에는 증정품이 가득하다. 팝업스토어의 가장 큰 매력은 무료로 전시와 미니게임 등을 체험하고 다양한 굿즈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효과적인 마케팅을 목적으로 대량 생산된 키링·인쇄홍보물·화장품 샘플 등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무분별하게 제공되고 있다. 그중 얼마가 폐기 시 재활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팝업스토어 폐기물 실태
팝업스토어는 기존 건물에 목재나 플라스틱, 현수막 등을 덧대 꾸민다. 합판을 목공용 스테이플러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여러 팝업스토어가 설치되고, 이는 행사가 끝나면 철거된다. 현재 정부는 폐기물의 배출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올바로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한 곳을 철거할 때 나오는 폐기물은 평균 3톤 내외 분량으로, 건설폐기물이 아닌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된다. 5톤 이상의 건설폐기물은 올바로 시스템에 등록돼 관리되지만, 팝업스토어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해당 기준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별다른 관리 없이 오로지 민간에 처리 과정이 맡겨지고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폐기물을 포함한 전국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2017년 연간 6018만톤에서 2022년 8106만톤으로 5년 만에 35% 증가했다. 기자가 방문한 성수동의 경우, 일반폐기물을 포함한 전체 사업장 폐기물이 2018년 일평균 51톤에서 2022년 518톤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모 팝업스토어에서 판매 업무를 했던 최하나(22)씨는 “SNS 홍보 효과를 위해 포토존이나 인테리어 등을 신경 쓰는 매장이 많은데, 이러한 매장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기고 사라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쓰레기를 양산한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와 상생을 꿈꾸다
폐기물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 기업들도 있었다.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월 중 ‘아모레리사이클(AMORE:CYCLE)’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화장품 용기 수거 캠페인을 팝업스토어로 운영해 홍보한 것이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취지에 맞게 다른 브랜드 팝업에서 사용된 가구와 성수동 인쇄소에서 버려진 나무 팔레트를 재활용해 전시를 구성했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팝업스토어 행사 종료 후 폐기물의 심각성을 느끼고 종료 이후의 활용성을 고민했다. 이에 ‘팝업사이클링(Popup+Upcycling)’이란 개념을 새로 만들고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협업을 통해 폐자재를 이용한 설치미술을 구현했다. 

 

지자체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특별시 성동구에선 팝업스토어 TF를 구성하고 ‘성동형 팝업 매뉴얼’을 공개했다. 매뉴얼엔 ▶안전 관리 ▶소음 저감 ▶철거 시 발생하는 폐기물 혼합 배출 금지 ▶재활용 가능 자재 선별 등 폐기물 배출에 대한 규칙과 정보를 담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 기후 위기에 연대하는 기업이 증가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빼놓곤 산업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지난해 기준 한국거래소에 ESG 경영 정보를 자율 공시한 기업 수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팝업스토어는 고객 유치에 매우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다. 하지만 진정한 ESG 경영을 위한다면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경쟁적인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이 1.5도에 육박하는 가운데, 이제는 이윤보다 환경 보호를 위한 책임감이 앞서야 할 시점이다.

 

 

우하혜나·박가경 기자·최유경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