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40년은 본문, 그 다음 30년은 주석

100. 철학-강용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2024-11-12     이수빈 기자

출판사: 유노북스
출판일: 2023.09.07
페이지 248
※ 도서관 보유 여부(죽전: O, 천안: O)

 

요즘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연쇄적인 마감의 늪은 감당하기 벅찬 하루, 이틀, 일주일을 만든다. 마치 쳇바퀴에서 쉴 틈 없이 발을 구르는 다람쥐가 된 것만 같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은 앞으로 나아가거나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쳇바퀴를 돌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작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은 발을 구를 원동력이 돼 준다.

 

하지만 지금 구르고 있는 쳇바퀴의 크기와 속도가 올바른지에 대한 답은 누구도 해줄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의구심을 가라앉힌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로 알려졌으나 역설적으로 긍정주의자였다. 그는 인생은 즐기는 것이며 행복은 고통을 줄이고, 피하고, 견디는 것에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인생관을 바탕으로 고통을 해소하고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조언을 30가지로 정리해 알려준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위해서는 내면을 ‘평정심’으로 채우고, 그 행복은 ‘현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극도 줄여야 하지만 비교하는 감정, 시기심, 질투, 지나친 기대와 희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미래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희망은 행복의 바탕인 마음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즐거운 미래를 예상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아름다운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은 실재하지 않는 미래의 환영이기 때문에 현재의 가치를 늘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인생의 첫 40년은 본문이고, 그다음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인생의 본문을 만들어가는 시기 이후에야 주석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을 써가고 있는 지금, 주석을 달아가는 과정에 겪을 고통에 대한 조언을 미리 새겨듣는다면 쳇바퀴의 크기와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이수빈 기자 bingsu@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