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과 동정은 사랑이 아니다
7. 진짜 사랑 구별법
만일 주변에서 ‘왜 너는 그렇게 힘든 연애만 하니?’, ‘너에게 시간도 못 내고 힘겨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과만 만나니?’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가. 그렇다면 ‘구원 환상’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구원 환상이란 곤경에 처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은 정도를 넘어 그의 절망에 대한 구원자가 되고 싶은 마음, 열망이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설화에서 평강공주가 구원 환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구원 환상에 빠진 사람은 힘든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자기 능력의 한계를 초과해 도우려 하고, 자기 힘으로 상대방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한다. 과연 나도 구원 환상에 빠진 사람일까. 구원 환상에 빠진 사람은 첫째, 타인에게 ‘지나치게’ 베풀려고 한다. 본인도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에 부닥쳤으면서 매사 타인을 먼저 도우려고 한다. 정작 자기가 당면한 문제는 외면, 회피하면서 타인을 돕는 것으로 존재 이유를 찾고 자존감을 높이고자 한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둘째, ‘그 사람 불쌍하잖아’, ‘참 안 됐잖아’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슬픔·아픔·외로움·힘겨움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외롭고 억울한 과도한 자기 연민을 타인에게 투영한 결과이다. 그런데 실제로 상대방은 내 시각만큼 불쌍하거나 힘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정작 외롭고 힘든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셋째, 타인에게 지나친 관심과 조언, 심지어 간섭을 일삼는다. 힘든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안타까워하고 돕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때로는 깊은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며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런데 구원 환상에 빠진 사람은 선한 마음을 앞세워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은 도움을 주려고 한다. 가령, 메신저로 도움이 될 만한 링크라며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공유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연민과 동정, 사랑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왔을 때 진심으로 축복하고 응원하며, 자기 마음도 편안해진다면 이는 상대방을 향한 진짜 사랑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괜찮아졌을 때 겉으로는 축하하지만, 속으로는 왠지 서운하고 찜찜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불행한 상대를 위로한 행위가 사실은 내 존재감과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진짜 사랑은 타인의 성장과 행복을 지지하는 마음이니까.
박진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