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문화를 위하여
우리 대학에 1984년도에 입학해 어느덧 약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사람은 시간의 기억보다 사건의 기억을 갖는다고 했다. 특히 졸업 후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함께 보낸 사람은 더욱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엊그제 입학한 듯 학생 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개인적으로 노래·춤·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대학생 시절에는 축제에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축제에 가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술에 취해 실수를 하거나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는 등 무분별한 주사가 싫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학생처장으로서 축제를 주관하는 입장이 되니 학생들의 요구사항 중 가장 큰 부분이 음주를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축제에서 금주를 지켜 온 캠퍼스의 문화를 깨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교수님들 중 반대하는 분이 많았다. 아마 같은 문제를 많이 목격하고 겪어본 경험자들이기에 더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축제의 본질은 자유로움과 해방감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도 책임과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고민이 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내 자식이 밖에서 술을 많이 먹는 것보다 집에서 안전하게 마시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하지 않게, 즐겁게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바람과 우려 속에 시작된 작년 축제였다. 축제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생처와 총학생회의 계획대로 질서를 지키고 과한 음주 대신 앉은 자리에서 대화와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절대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다 함께 축제를 즐기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 기성세대가 고민했던, 그리고 경험했던 옛 축제의 안 좋은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 시대의 학생들이 질서 있고 예의 있고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이 감사하고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무엇보다 축제라는 공간이 단순한 소비의 장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함께 숨 쉬는 시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대형 가수 초청을 중심으로 하는 축제보다는 우리끼리 함께하는 각종 프로그램, 연극과 문화 행사 중심의 옛 축제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 무대 위의 화려함보다 직접 참여를 통한 즐거움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요즘 학생들도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믿는다.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야말로 진정한 대학문화의 정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또한 세대의 변화를 아직도 거부하는 기성세대의 생각이 아닌가 싶다. 다시금 우리 대학의 멋진 축제를 기대해 본다.
이일석(영어과)교수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