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레저 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4. 중산층 중심으로 확산된 운동복 

2025-05-20     김희량 칼럼니스트

애슬레저(Athleisure)는 생각보다 긴 역사가 있는 용어다. 1970년대에 등장한 용어일 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스포츠 의류를 일상생활에서 입는 현상은 드물지 않았다. 19세기 후반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1892년에 고무 바닥이 부착된 테니스화가 개발되면서 운동 선수가 평소에도 이를 신고 다녔다. 1920년대에는 테니스 선수를 위해 디자인된 폴로 셔츠가 일상복으로 확산됐다.


운동복이 일상복화되는 현상은 근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입는 옷을 생각해보면 티셔츠, 청바지, 심지어는 레깅스를 일상에서 착용하기도 한다. 일상복은 점점 편안하게 진화해온 것이다. 이는 소비시장이 기성복 중심으로 확장되고 사회 구조도 민주화된 정치경제적 상황의 영향일 것이다. 이제는 귀족 사회와 달리 옷차림으로 계급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복식이 단순화된 과정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는 것만큼이나 평등한 과정이었을까?

 

당시

애슬레저 룩이 확립된 중요한 역사적 흐름에는 미국의 대학 문화가 있다. 패션 역사학자 디어드리 클레멘테(Deirdre Clemente)는 책 ‘Dress casual: How college students redefined American style’에서 대학생이 운동복으로 입었던 스웨터와 반바지가 점차 강의실에서도 입게 되면서 일상복으로 확산된 역사를 설명한다. 운동복은 체육관 안에서만 입었다가 1930년대에는 학생 라운지로 1940년대에는 교실로 1950년대에는 다이닝 홀로 퍼졌다. 1960년대에는 10대부터 50대까지 대다수가 스웨트셔츠(Sweatshirt)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확산됐다. 


외관으로 계급이 구분되지 않는 모습은 민주적인 미국을 대표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고 교내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학생은 보통 중산층 이상으로 제한된다. 즉 에슬레저 룩이 확산된 과정은 중산층 중심으로 복식이 표준화되고, 이것이 확산된 계급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편안하다는 것은 누구나 선택하기 쉬운 요소였겠지만, 스포츠 의류를 입는다는 것은 분명히 계급과 관련된 함의를 띤다. 운동을 즐기고 자기 관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는 환경은 그만한 지위와 자본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셀러브리티의 일상을 찍은 사진에 레깅스 같은 운동복이나 에슬레저 룩이 자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식이 변화하고 채택되는 흐름은 사회 구조를 반영한다.

 


김희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