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의 말과 정치의 품격
정치의 계절이다. ‘6·3 조기 대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간다. 정치인은 매일 말을 쏟아낸다. 그 말에 민심이 들썩인다. 윈스턴 처칠은 “정치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고 했고, 존 F. 케네디는 “정직한 언어는 정치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인의 말이 가벼우면 정치도 가볍고, 정치인의 말이 품격(dignity) 있으면 정치도 품격이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각 정당의 공약은 현란해진다. 표심을 겨냥한 달콤한 사탕, 무심코 내뱉는 ‘말실수(gaffe)’,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사나운 말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국민이 신뢰하기는 어렵다.
신뢰를 잃으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그러면 선거에서 패배한다. 선거의 목표가 ‘승리’에 있다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을 행복하게 할 가치 실현이다. 대선 후보가 그런 비전을 제시해야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설화(舌禍)가 잇따른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미스 가락시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커피 원가 120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경쟁 후보 70대 나이’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 ‘네거티브’ 수위는 더 세질 수도 있다. 어느 후보든 말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특히 ‘부동층(swing voter)’ 표심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 후보자의 말은 곧 품격의 총체다. 인간 개인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넘어 국정운영 철학과 가치가 담긴 거울이다. 소통과 통합의 경청 리더십, 도전과 개척의 프론티어 리더십, 국민을 받드는 서번트 리더십, 도덕성이 충만한 진정성 리더십이 담긴 투명 그릇이다.
후보자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공식적인 거울은 TV 토론이다. 이달 18일 1차 토론에 이어 23일(금요일), 27일(화요일)에도 열린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개헌 공약의 진실성, 과거 발언, 정책의 타당성, 이념적 가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다. 후보의 비전과 가치, 인생 역정과 품성, 신뢰도를 꼼꼼하게 따져 소중한 유권자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경제 성장률은 0%대로 내려앉고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변수는 가시지 않는다. 저출생 가속화로 미래가 위태하고, 초·중·고생은 사교육에 짓눌리고, 대학 경쟁력은 떨어지고, 청년층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중장년층은 노년이 불안하고, 국민은 분열돼 있다. 이런 어려움을 담대하게 극복할 시대적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국민은 대선 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통합의 정치’, 넬슨 만델라의 ‘화해의 정치’가 절실한 대한민국이다. 대화와 타협, 소통하고 공감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런 리더의 품격은 말을 통해 나온다. 리더의 말은 곧 정치의 품격이고, 리더의 품격은 곧 국가의 품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