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고등교육 정책,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 대학 경쟁력 관심 갖고 AI 100조원 투자 인재 양성과 연계해야 재정확대·대학자율 등 혁신적 전환 기대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내걸었다. 키워드는 회복·성장·행복이다. 국민은 이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 신뢰와 성장의 글로벌 5대 강국 문을 활짝 열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게 진짜 대한민국이고, 진짜 모두의 대통령이다.
본지가 주목하는 것은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다. 역대 정부마다 다양한 정책을 내걸었지만, 이행 속도는 느렸고 효과는 크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학교육역량 강화사업(2009~2013),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2008~2013), 지방대 특성화사업(2014~2018), 국립대학 육성사업(2018~2022), 대학혁신 지원사업(2019~2021), 글로컬사업(2024~), 라이즈사업(2025~)을 들 수 있다. 각 사업은 정권 성향에 따라 분절적·한시적으로 진행됐다. 정권이 바뀌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장기 비전과 의지가 부족했다.
그 결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정체에 빠졌다. 반면, 중국과 싱가포르의 대학은 글로벌 명문으로 성장했다. 1991년 KAIST를 벤치마킹해 설립한 싱가포르 난양공대(NTU)는 서울대와 KAIST를 넘어 미국 유력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은 하고 간섭은 않는 원칙’과 공정한 실력주의, 전폭적인 인적자원 투자가 맺은 결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고등교육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신산업 집중육성, 거점 국립대 전략적 투자,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 확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유치 지원 등을 공약했다.
100조원 투자를 약속한 AI 분야는 인재 양성이 그 승부처다. 차세대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AI 고속도로 구축은 대학과 산업, 지역과의 연계가 성공의 필수 열쇠다. 선진국이 AI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에 정성을 쏟는 동안 우리는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 허둥거렸다.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를 망각했다. “혼자 아무리 달려도 주변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나마 현재 위치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죽는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라는 치열한 국제 경쟁의 현실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본지는 새 정부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담대한 고등교육 플랜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첫째, 세계 3대 AI 강국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특히 대학에 대한 투자와 인력양성 실행계획이 시급하다. 대통령실에 ‘AI 정책수석’을 신설해 ‘국가 최고 인공지능책임자(CAIO, Chief Artificial Officer)’를 임명한다니 기대할 만하다.
둘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위상 재정립이다. 국가의 중장기 교육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국교위는 사실 문재인 정부가 입법하고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이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보완책으로 초정권적·초정파적 기구를 설립해 흔들림 없이 정책을 수립하자는 게 설립 취지다.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 국교위의 집행 기능과 사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인원과 예산을 대폭 늘려 활성화해야 한다. 장관급인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인사청문회도 필요하다.
셋째,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인 확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재원은 0.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2%보다 낮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3573달러로 역시 OECD 평균 2만499달러보다 적다(OECD 교육지표 2024). 이런 실상을 역대 정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말로만 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큰소리쳤을 뿐 국가 재정의 주요 담론으로 올리지 않았다. 대학이 해외 유명 AI 인재를 초빙하려 해도 돈이 없는데 어떻게 세계 3대 AI 강국을 만들고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겠나. 이재명 정부는 반드시 고등교육 재정을 GDP 대비 1.2%로 늘려야 한다.
넷째, 대학의 자율이다. 역대 교육부는 대입을 좌지우지하고, 등록금을 동결하고, 대학 학사를 통제했다. 이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입시든, 학사든, 재정이든 대학의 자율권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대신 꼭 하지 말 것만 제시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추상같이 물으면 된다.
다섯째, 국립대와 사립대의 평가와 재정지원 균형이다. 새 정부는 거점 국립대에 재정을 투입해 서울대 수준으로 만든다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내걸었다. 그렇다면 고등교육의 80%를 책임진 사립대와 일반 국립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재정도 재정이거니와 거점 국립대에 세금을 투입한다고 서울대가 되겠나. 전제는 대학의 뼈를 깎는 ‘셀프 혁신’이다. 아울러 획일적인 국립대와 사립대 평가도 설립 성격에 맞게 이원화해야 한다.
위 다섯 가지는 이재명 정부가 고등교육 정책에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사항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Copernican Revolution)’을 통해 대학에 희망의 등불을 밝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