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보도의 경계

2025-09-02     김민수 기자

 

연예인은 어디까지 ‘공인’으로 볼 수 있을까. 공인(公人)은 본래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뜻한다. 선출직 공무원처럼 민주·정치적 책무를 지닌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연예인은 대통령이나 장관처럼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민주적 책무를 지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대중적 영향력은 막대하다. 수백만 명이 그들의 말과 행동을 소비하고, 사회적 가치 판단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사회는 때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공인 범주에 포함하며 더 큰 책임을 요구해 왔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연예인이 영향력의 측면에서 일정 부분 공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통적 의미의 공인과 동일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해외순방처럼 공인의 활동을 보도할 책무가 있다. 경우에 따라 사생활 문제조차 공적 관심사로 다뤄질 수 있다. 예컨대 일반인의 부동산 투기 소식은 사생활일지 모르지만, 대선후보의 투기 소식은 공적 관심사로서 사생활일지라도 사회적 파문을 불러오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경우는 다르다. 대표적인 논란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에 대한 ‘사생활 보도’다. 연예인이 사회적 모범이 될 위치에 있다면, 음주 운전이나 학교폭력 같은 과거 전력은 공익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교제·가족사·취향까지 낱낱이 소비되는 현실은 공익과 무관한 사생활 침해에 가깝다. 언론이 이를 ‘국민적 관심사’라고 포장하는 것은 사실상 공직자와 사적 인물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발생한 배우 고(故) 김새론 씨의 사례는 이러한 보도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은 언론이 연예인을 공인과 동일시하며 공익과 무관한 영역까지 무차별적으로 파헤칠 때, 그것이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 한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법원도 이런 경계 문제를 다뤄왔다. 2002년 대법원은 공인에 대한 보도의 자유가 일반인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사안이 논의 되는 영역이 공적 영역인지 사적 영역인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이나 사회성을 갖춰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에 따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법원이 그 ‘공적 존재’를 명확히 정의하진 않았지만, 이는 연예인 보도의 기준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연예인을 ‘공인’으로 볼 것인지의 핵심은 영향력의 크기 자체가 아니라 그 영향력이 사회적 공익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무분별한 사생활 보도는 클릭 수 경쟁만 부추길 뿐, 사회적 혐오와 왜곡된 여론을 키운다. 언론의 책무는 연예인을 사적 존재로만 치부하지도, 무제한적 공인으로 규정하지도 않는 균형 감각에 있다.

 


김민수 기자 epicviolet021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