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을 두려움으로 만드는 건 `인식'
110. 역사 정수일 『이슬람 문명』
출판사: 창작과비평
출판일: 2002년 8월 30일
페이지: 404
※ 도서관 보유 여부
(죽전: O, 천안: O)
“이슬람은 위험한가요?”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지만 정작 그 근거를 분명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언론에서 접하는 이슬람은 전쟁·테러와 같은 폭력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이슬람 문명을 체계적으로 배운 경험도 드물다. 낯선 것에 대한 거리감은 자연스레 두려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책은 이런 막연한 고정관념을 차분히 해체한다. 저자는 이슬람을 종교에 한정하지 않고 ▶정치 ▶경제 ▶법 ▶예술 ▶일상에 이르는 거대한 ‘문명’으로 접근한다. 특히 이슬람이 공동체의 삶을 이루는 생활 방식이라는 설명은, 종교적 믿음뿐 아니라 음식·관습·인간관계까지 모든 영역이 하나의 틀 안에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이해할 때 독자는 추상적 이미지에 머물렀던 이슬람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이 가장 강하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슬람 신앙의 구조가 공동체적 삶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다섯 기둥’과 ‘여섯 믿음’은 종교적 규범을 넘어 공동체를 묶는 실천 방식이다. 다섯 기둥은 ▶신앙고백 ▶예배 ▶단식 ▶자선 ▶성지순례라는 실천을 통해 일상의 삶을 하나로 묶어낸다. 여섯 믿음은 ▶신 ▶천사 ▶경전 ▶예언자 ▶내세 ▶운명을 믿는 신앙의 틀이다. 더불어 중세 이슬람 세계가 ▶과학 ▶의학 ▶철학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쌓아 올린 성과는 우리가 유럽 중심으로 배워온 역사관의 편향을 낱낱이 드러낸다.
또한 흥미로운 지점은 한국과의 역사적 연결이다. 원나라 출신 무슬림 장수 장순룡은 본래부터 이슬람 신앙을 지닌 인물로, 고려에 귀화해 최영 장군과 함께 왜구를 토벌했다. 우리가 ‘이슬람’이라 부른 세계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얽혀 있던 세계다.
책을 덮은 뒤 “이슬람은 위험한가요?”라는 물음은 “나는 지금 누구를 오해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낯섦을 두려움으로 만드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 문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열린 시각이다.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오은서 기자 maryam@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