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예의로 슬기로운 새 학기 보내자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어떤 학생과 한 학기를 보내게 될까. 설레는 맘을 가지고 강의실에 들어간다. 첫 수강생을 만나면 새로워서 기대되고 지난 학기에 본 학생들은 익숙해서 또 좋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시대에 AI가 많은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 협업하다 보면 작은 뉘앙스와 감정 문제가 큰 갈등의 골로 바뀌어 법적 분쟁까지 가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그만큼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예절이다.
존중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상대방의 시간·감정·상황을 배려하는 것,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수용하는 것이다. 선배·동기·교수에게 건네는 작은 인사 하나는 ‘당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사는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예절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쑥스러워하지 말고 인사하자.
메일은 글로 예절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라는 식의 막연한 제목은 존중이 빠져 있다. 예의를 갖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무슨 부탁인지 알 수 없어 수신인을 불안하게 만들고 제목의 기능도 하지 못한다. 글 마무리에 감사 인사를 덧붙이는 것이 사소해 보이지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표현이다. 교수가 답장하면 간단하게 다시 답장을 보내는 것이 예의다. 그래야 피드백이 되고 교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됐는지 안심한다.
행동으로 드러나는 예절도 중요하다. 수업에 들어오는 것은 교수와의 약속이자 스스로 배움에 대한 약속이다. 부득이하게 나가야 한다면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나 혼자 듣는 수업이 아니다. 수업 중 나가는 행동은 다른 학생들의 집중을 방해할 수 있고, 교수의 수업 진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나갈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자유와 권리가 아니라 방해되는 행동임을 인지해야 한다.
수업 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지친 나에게 힘을 주기도 한다. 이번 방학에도 ‘안부 인사 및 합격 소식 말씀드립니다’라는 감동적인 메일을 받았다. 이런 메일을 받으면 이번 학기에는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따라서 이런 메일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
소통은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 아니다. 그 속에는 의견도 있고 감정도 섞여 있다. 여기에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빠지면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으로 사람답게 빛나는 순간은 능력을 뽐낼 때가 아니라, 소통을 잘할 때다. 나는 학생들이 그런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