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스펙·알바·취준… 바쁜 대학생들 ‘천고무독’인가 

청년층 독서 문화 분석 청년층 독서율 4년 새 17.4% ↓ 양캠, 도서 대출률 4~2% 불과  e북·오디오북·SNS 확산 영향   

2025-10-14     박가경·김도연 기자, 마지영·이원용 수습기자

 

김다연(사학2)씨가

살갗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중간고사 시즌, 대학생들은 시험을 잘 치르고 지식의 양식으로 살을 찌워야 할 가을이다.

 

대학생들은 바쁘다.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등으로 사색의 여유가 적다. 가을엔 책을 많이 읽는 ‘천고독서(天高讀書)’란 말이 수줍을 정도다. 실제로 청년층의 독서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에서 29세 청년층의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2019년 65.3%에서 2023년 47.9%로 17.4%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연간 독서량도 7.5권에서 4.2권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입시와 취업 준비 등 경쟁적 환경과 영상·SNS 중심의 디지털 매체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사에서도 대학생 1인당 도서 대출 권수가 2011년 8.3권에서 2021년 2.3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주요 대학 도서관의 대출량 역시 그렇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다가 회복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친다. 2023년 서울대 도서관의 총대출 건수는 약 28만7106회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72%에 그쳤다. 고려대 도서관도 2022~2023학년도 9만2348회에서 2024~2025학년도에는 8만8800회로 줄었다.

 

우리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우리 대학 도서관에는 퇴계기념중앙도서관(이하 퇴계도서관) 109만1543권, 율곡기념도서관(이하 율곡도서관) 85만 8521권의 책이 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학부생이 빌린 책은 퇴계도서관 4만6546권, 율곡도서관 1만7076권이었다. 퇴계도서관은 전체 소장 도서의 4.26%, 율곡도서관은 약 1.98% 학생들만 찾은 것이다. 펜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022년 대출 권수가 퇴계도서관 4만403권, 율곡도서관 1만5441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학생의 손길은 차갑다. 

 

한나연(화학공2)씨는 “학업 때문에 바빠서 독서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충우(기계공3)씨도 “올해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대출했다. 책 자체에 흥미가 없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양캠 도서관의 도서 대출 순위를 보면 1위는 문학, 2·3위는 기술과학과 순수과학 분야의 책이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전공을 위한 학문 분야 전문 서적 대출 비율이 높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대학 전자책 이용률은 증가했다. 2022년 4만1317권 대출됐던 전자책은 작년 5만3710권으로 껑충 뛰었다. 

 

조한을(파이버융합소재공1)씨는 “전자 도서 앱은 구매 시에 대여 기간이 없어 전자책이 더 편리하다”며 “책의 사용이 많은 과목은 종이책을 이용하지만, 대부분의 수업에서 e북이나 PDF 파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윤서(율곡혁신1)씨는 “아이패드가 종이책보다 가볍고 편리하기 때문에 e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층 사이에서도 e북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책 독서율은 2019년 39%에서 2023년 58.3%로 19.3% 상승했다. '2024년 대학도서관 실태조사(KERIS)'에서는 재학생 1인당 상용DB(전자자료 데이터베이스) 이용 건수는 2023년 325.5건에서 작년 369건으로 늘었다.


전자책뿐만 아니라 오디오북으로의 확장도 진행 중이다. 국내 대학과 공공도서관 800여 곳에 오디오북을 공급하는 ‘오디언’에 따르면, 작년 신규 출시된 오디오북은 총 2355권으로 이 가운데 662권(약 28%)이 AI 오디오북이다. 올해 8월 기준 신규 오디오북 출간 수는 1683권으로 작년 한 해 출간 수의 71%에 해당하며, 이 가운데 AI 오디오북은 947권으로 전년 대비 43% 늘어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요즘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와 과제, 취업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으며 긴 호흡의 독서를 기피한다. SNS와 유튜브 등의 콘텐츠는 종이책보다 빠르고 쉽게 만족감을 줘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을 멀리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우리 대학 도서관은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학부생들의 독서율을 높이고 대학 생활의 경험과 지식을 넓혀주기 위해 전자책·오디오북을 비롯한 제공 컨텐츠를 다양화하고 있다. 설귀철 퇴계도서관 과장은 “학과 교수가 학생에게 추천할 만한 책 선정을 요청하고 이를 학과추천도서로 구매·비치해 소개하고 있다. 매달 진행되는 ‘기웃기웃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전자책 댓글 리뷰·첫 대출 응원 프로젝트 등 참여형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율곡도서관은 연구 역량 강화·독서 활동 장려·도서관 친화적 문화 조성을 방향성으로 잡고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양영민 율곡도서관 주임은 “‘교수와 함께하는 독서 클럽’, ‘독서모임 도서지원’을 통해 함께 읽기 문화를 조성하고 ‘테마도서 전시’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율곡도서관은 올 1학기에는 ‘다뉼 페스티벌’을, 2학기에는 ‘Y-Quest’ 프로그램을 열어 도서관을 딱딱한 학습 공간이 아닌 즐겁고 친숙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 기획했다. 

 

 

박가경·김도연 기자, 마지영·이원용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