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신뢰를 잃은 메신저

2025-10-14     구민채 기자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톡이 최근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기존 친구 목록이 통합되고 상대의 프로필 변화가 게시물처럼 표시되는 피드형으로 바뀌었다. AI 기능과 숏폼 채널도 새로 추가됐다. 카카오가 디자인과 메인 창 등을 재단장하며 친구 목록과 게시물 등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메신저앱의 정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화 상대를 찾기 위해 스크롤을 내렸던 친구 목록에, 이제는 상대의 프로필 변화나 게시물이 타임라인 형태로 나타난다. 게다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돼 이용자가 원치 않아도 새로운 버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업데이트 이후 ‘원래대로 돌려달라’, ‘불필요한 요소가 너무 많다’, ‘메신저가 메신저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메신저앱이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바뀐 것에 이용자들은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이번 개편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이용자의 편의보다는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짙다. 메신저의 본질은 빠르고 간편한 소통이다. 이번 카카오톡의 개편은 혁신이 아닌 의도 변질에 가깝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용자 스스로 노출 범위를 조절할 권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학교나 직장 등에서 공적인 용도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카카오톡은 SNS의 역할까지 꾀하려 했다. SNS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공개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은 다르다.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사적 영역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카카오 또한 이런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멀티프로필’을 도입해 노출 범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게 아닌가. 그런데 이 멀티프로필조차 이번 개편으로 의미가 퇴색됐다.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현재 구조 속에서 카카오톡을 공적으로 이용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이 변화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신기술과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하는 것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변화가 성공하려면 이용자가 중심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아무리 새롭고 화려한 기술을 내세워도 이용자가 불편을 느낀다면 그것은 실패한 기술인 것이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카카오는 올해 4분기 내 피드형 친구 탭 업데이트를 철회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용자의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조치지만, 그만큼 이번 개편이 이용자 중심에서 벗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기술 개편 문제를 넘어 ‘카카오톡이 무엇을 위한 서비스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유명 메신저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광고가 지배한 플랫폼으로 기록될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용자의 신뢰를 잃은 플랫폼은 오래 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민채 기자 minchae5959@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