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증후군’ 부르는 황금 휴일… 혼자 보내는 청년 많아진다
“쉬는 날 자기계발 시간 투자” 20대 17% ‘나홀로 명절’ 선호 ‘혼추족’ 편의점 도시락 출시도
최장 열흘 간의 연휴가 끝났다. 다시 펜을 들고 책상 앞에 앉는 대학생과 거북목을 유발하는 모니터 앞에 자리 잡는 직장인들에게 연휴의 마침표는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다. 한태영(식품영양1)씨는 “연휴 동안 학업에서 벗어나 쉬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과제를 하고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추석은 이달 10일만 연차를 내면 무려 열흘간 쉴 수 있는 이른바 ‘황금연휴’였다. 그러나 기나긴 연휴가 지나면 대학생들에겐 곧바로 시험기간이 찾아온다. 한 씨는 “연휴 직후에는 시험 공부를 시작하자고 마음 먹기까지 다른 때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긴 연휴가 끝난 뒤 몰려오는 감정을 ‘허탈감’이라고 표현했다. 충분히 쉬었지만, 남는 것은 에너지가 아닌 압박감과 무기력감이라는 것이다.
한 씨처럼 긴 연휴가 끝난 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명절이 끝나면 신체적 피로는 물론, 정신적 탈진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일터에서는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대학가에서는 시험을 앞두고도 공부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명절이나 장기 연휴 이후 일상 복귀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신체적 불편을 ‘연휴증후군’이라 부른다.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연휴가 끝난 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증상이다. 장시간 운전과 강도 높은 가사노동, 가족 간의 갈등이나 과식·과음·수면 패턴 변화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연휴 직후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다.
과거에는 명절 음식과 집안일을 도맡았던 전업주부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었으나 최근에는 남성·미혼 성인·대학생 등 성별이나 연령 구분 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 됐다. 이 가운데 명절의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가족 중심의 명절 문화를 벗어나 혼자만의 방식으로 연휴를 보내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명절을 아르바이트·공부·여행 등 개인의 선호에 맞게 보내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1인 가구 수는 8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멤버스가 올해 설 명절에 20대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7.1%가 ‘명절을 혼자 보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명절마다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인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정신적인 피로감을 느껴왔던 A(25)씨는 이번 연휴 기간에 가족들을 보러 가는 대신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공부를 하며 보냈다. A씨는 “언제부턴가 명절 연휴를 가족 행사보다는 개인적인 여유 시간으로 생각하게 됐다”며 “마냥 쉬는 것보다는 그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자격증 취득과 학점 관리를 위한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편의점들은 혼자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기 힘든 혼추족을 겨냥해 간편한 명절 도시락을 출시했다. GS25는 ‘혜자추석명절도시락’을 한정 판매했고, CU는 고속도로 휴게소 인기 메뉴를 간편식으로 선보이며 명절 귀향길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혼추족을 위한 ‘소셜 다이닝’ 행사 등도 기획하며 명절 문화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긴 연휴는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더 큰 피로와 스트레스를 남기기도 한다. 쉼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왔다. 늘어짐이 오래가지 않도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허리띠를 조여야 할 때가 아닐까.
이채은 기자 chae0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