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쿠폰’ 12조원, 지갑 얇은 청년층에게 꿀일까 독일까

1· 2차 소비쿠폰의 두 얼굴 본지, 전국 대학생 115명 설문 “생활비 도움” vs “기분 전환용”   대학 상권 “지역 제한해 도움 無” 올 나랏빚 1300조원으로 급증 청년 세대가 짊어져야 할 ‘큰 짐’  “일자리 확대 등 근본 대책 필요”

2025-10-14     이채은·한지수·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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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에 보탬이 되지는 않았고 일시적인 기분 전환용에 그쳤어요.” 얼마 전 박용희(전자전기공2)씨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을 사용해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을 사 먹었다. 대학생 형편으론 갈 수 없던 음식점이었다. 박 씨는 “2차 지원금 10만 원이 금방 없어졌다”며 “한 달 생활비 부담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인천 소재 A대학에 재학 중인 박민우(22)씨는 “1·2차 소비쿠폰 중 15만 원을 진료비로, 나머지는 주로 식사를 할 때 사용했다. 생활비 부담 완화에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소비쿠폰 체감도는 다르다. 누구에게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기분 전환용이지만, 또 누구에게는 실질적인 생활비 보탬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재명 정부는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21일부터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1차 기간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5만 원(차상위·한부모 가정 등은 30만~40만 원)을 지급했고, 2차에는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10만 원을 추가 지급했다. 소비쿠폰은 신청자의 주소지 관할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했으며 범위는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업소로 제한됐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과 유사한 정책으로, 국민의 소비를 촉진해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역 상권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팬데믹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일시적인 소비 증가를 불러왔지만, 이후 완전한 경기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소비쿠폰 역시 단기 부양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적신호 켜진 재정 건전성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비율은 47.2%로, 1990년 이후 3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이 누적된 결과다. 

 

올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은 약 12조 원으로 확정됐고, 국채 발행 규모는 21조 원에 이르러 올해 국가채무는 130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12조 원이면 전국 4년제 대학생 190만 명의 1년 치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금액이다. 2023년 서울대 재정 지원 규모는 약 1조 3200억 원으로, 서울대 10년 치 예산에 해당한다. 이는 거점 국립대 26곳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이기도 하다.

 

국가 채무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시행된 소비쿠폰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고령화 현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채무 비율을 늘리는 것은 청년 세대가 떠안아야할 빚이 커지는 것이라 말한다. 또한 단기적인 현금 지급 정책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경제가 너무 어려워 가계는 소비 여력이 없고, 자영업자들의 매출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 부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해서라도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람들의 소비를 유도해 돈이 돌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분명한 자극 효과가 있다”고 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지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11.4%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8%가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자영업 과잉창업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번 조치가 한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달보다 2.4% 감소해 8월 소매판매가 1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쿠폰이 지급된 7월 지원금을 전액 사용해 장기적인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현 정책이 구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민생이라는 큰 틀에서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며, 장기적인 시야에서 지속가능한 소비 진작 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생 회복’ 면에서는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청년층 사이에서도 소비쿠폰 정책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소비쿠폰 예산이 청년 세대의 부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 정책이 2030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대학생이 평가하는 소비쿠폰

본지는 전국의 대학생 118명을 대상으로 ‘소비쿠폰’에 대한 설문을 했다. 그 결과, 소비쿠폰이 생활비 부담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27%, ‘매우 도움이 됐다’가 25%였다. 전체 응답자의 52%가 긍정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정책 만족도에서는 ‘매우 만족’이 28%, ‘만족’이 23%로 전체의 51%가 만족감을 보였다. 반면 ‘매우 불만족’은 19%, ‘불만족’은 12%로, 대학생의 31%가 불만족한 입장이었다.

 

제도의 한계와 보완점에 대해 약 3.42%의 응답자는 제도가 경기 회복에 적합한 정책이며 소득 수준에 맞게 지급액을 달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같은 질문에 대해 18.80%의 응답자는 이번 정책이 결국 미래 세대인 청년층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현금 지원보다 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같은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12.82%였다. 최유진(생명과학1)씨는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민심을 얻기 위해 무책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예진(경영2) 씨는 “잠깐의 지원으로 얻는 만족보다 나중에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 크다면 그것이 과연 진짜 ‘민생회복’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쿠폰의 실질적인 사용처와 소비 패턴에 대한 명확한 통계 분석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용희(전자전기공2)씨는 “소비쿠폰 사용 지역이 주거지 인근으로 한정돼 있어, 타 지역 주민인 나는 주 활동지인 대학 근처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특히 1차 소비쿠폰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응답자도 많았다.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금액이지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는 ‘껌값’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설문에 참여한 대학생 B 씨는 “예산 낭비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곳을 보니 피부과(보톡스, 필러)나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가게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하고, 정작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 C 씨는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굳이 줘야 하나 싶고, 차라리 저소득층에게 차등 지급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연금 보장’, ‘대학 지원’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분야에 예산이 쓰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소비쿠폰 체감 미미한 대학가

이러한 한계 때문에 대학 상권에서도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죽전캠 인근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김만희 사장은 “소비쿠폰이 가진 재정적 리스크에 비해 대학 상권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며 “주소지가 타 지역인 학생들이 대부분인 대학상권 특성상 손님 수나 매출 변화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순두부 국밥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노창미 사장도 “정책 시행 이후 매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고객 대부분이 학생이라 소비쿠폰 사용은 일반인에게서 더 많았다.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쿠폰 정책은 국민에게 일시적인 소비 여력을 제공하지만, 최선책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여러 한계가 있다. 정책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막대한 국가 부채가 쌓이고 그 부담이 2030세대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숙고가 필요한 정책이다.

 

일본도 올해 생활비 부담 완화와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에서 30만~50만 원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현금 살포 정책을 검토했으나 대다수 국민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책을 거부했다. 재정 건전성과 낮은 효율성, 그리고 형평성 문제 등이 이유였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렇다고 ‘큰 정부’만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풍전등화와 같은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가 재정 건전성과 함께 서민과 청년 세대의 부담도 살펴주길 바란다.

 

 

이채은·한지수·김민수 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