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유치함

2025-10-14     송지혜 편집장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유행가가 바뀌는 시대에서는 10일도 충분할 것 같다. 강물의 흐름이 바뀌고 산의 높낮이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트렌드, 문화 역시 당연히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 한국 사회에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유치한 합의다. 국회의사당의 붉은 지붕 색은 바랬지만, 국회 속 정치인들의 거친 말다툼은 변함이 없다.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 9월 정부 전산시스템 화재로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실시간으로 국가 1급 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명확한 대안 없이 72시간이 지나도록 정부는 “복구하겠다”고만 했다.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 상황에서 국회는 유튜브 출처의 신원불명 녹취록 하나로 판사 청문회를 열고 ‘네가 옳으랴 내가 그르랴’식의 공방만 벌였다. 국회에서 말싸움이 벌어지는 사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청문회는 실효성 없는 공방만 이어지다 끝났다.

 

여당은 머릿수 싸움을 하고 있다. 충분한 합의와 성숙한 대화가 아니라 과반수로 밀어붙인다. 혹자는 다수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 필히 ‘선’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는 왜 지속되는 걸까. 또,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순간에 대통령과 정치인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라 안팎으로 시끄럽다. 국가전산망 마비, 멈추지 않는 관세 폭탄부터 중국인 무비자 입국, 캄보디아 범죄조직 피해까지 민생이 안전할 새 없다. 경제는 침체와 불확실성이 겹친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 세대는 싸움만 벌이는 기성세대 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 강산이 변해도 정부는 여야 갈등만 부추기고, 정작 처리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룬다. 정부가 안보에 민감하고, 사익과 정당 싸움에는 둔했으면 좋겠건만.

 

윤리학자 한스 요나스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기존 윤리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부재를 ‘윤리적 공백’이라 했다. 세월이 변해도 국회와 진영 싸움 정치는 변하지 않는 것을, 혹자는 ‘정치적 공백’이라고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