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그리며 희망의 미래를 쓴다

자립 디딤돌 작업장 탐방

2025-10-14     배정아·김도연·오은서 기자 

 

장애인

Prologue

지난 4월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 장애인 생산품 전시·홍보장터 개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전국 815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2만2000여 명의 장애인이 직업 재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중 발달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로, 발달장애인을 사회로 진출시키기 위한 ‘훈련장’으로써 기능하는 곳도 존재한다. 이들에게 직업재활시설은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드는 동기이자 자존감을 지탱하는 삶의 리듬이다.

 

훈련장은 최저임금 못 받아

장애인복지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발달장애란 지적·자폐성 장애 등과 같이 일반적인 발달 과정에 현저한 지연이나 결함이 나타나 일상·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이들에게 직업 능력 향상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으로, 근로작업장·보호작업장·직업적응훈련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 중 근로작업장은 최저임금 지급이 의무지만 보호작업장은 훈련장 역할도 하고 있어 최저임금 지급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직업적응훈련시설은 작업 능력이 매우 낮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기초작업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다. 보호작업장은 일정 수준의 작업능력은 있지만 경쟁 고용시장 진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단순 직무와 직업훈련을 제공해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이직을 돕는다. 반면 근로작업장은 더욱 높은 직무 수행이 가능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 실질적인 고용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분류는 장애인의 직업능력과 사회적 제약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하며, 단계적으로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를 마련해 준다.

 

2017년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설립된 ‘사단법인 소중한 집’ 소속 ‘더원발달지원센터(이하 발달지원센터)’는 문화예술 중심 평생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예술적 재능을 키우고 자립을 지원한다. 발달지원센터는 ▶웹툰 ▶사진 ▶영상교육 ▶특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2018년 설립된 ‘더원직업훈련센터’와 연계해 기초생활·직업기초·작업재활 등 단계별 직업적응훈련을 한다. 서울시 보조금 지원시설인 이 훈련장은 18세 이상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적성검사 후 선발해 직업으로 연결하는 취업을 돕고 있다. 또한 캠프와 지역사회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며 발달장애인의 직업 훈련을 지원한다. 발달지원센터 훈련생 이유성(21)씨는 “센터 활동 중 자양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보조강사로 활동한 기억이 인상적이었다”며 “센터에서 하는 활동을 통해 많은 성취감을 얻어 바리스타나 제과 보조 같은 일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포

 웹툰 성과물 인정, 취업 성공

발달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중증 발달장애인이다. 이에 발달지원센터는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개인 위생 관리 훈련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발달지원센터의 경우, 지원센터 전체 프로그램 100% 중 기초 생활 훈련을 70%, 나머지 30%는 직업 기능 훈련과 특성화 기능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발달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특성화 기능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업 참가자들은 사진·웹툰 분야 강사에게 수업을 받고, 직접 창작물을 제작한다. 해당 교실을 통해 제작한 창작물은 기업의 홍보물에 수록되는 등 취업 시장에서 하나의 ‘성과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훈련들로 올해 발달지원센터에서 훈련받은 발달장애인 중 5명이 국내 식품회사 ‘샘표식품’ 취업에 성공했다.

 

발달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 훈련에 특화된 시설이지만 ‘마포 누구나 카페’는 모든 유형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재활시설로, 다양한 장애인들이 직업과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포구청 지하 1층 중앙 로비에 위치한 이 카페는 지난 8월에 개업한 신생 작업장으로, 4명의 장애인이 교대로 근무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두 명의 장애인 작업자와 활동 보조인, 그리고 매니저가 함께 음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권영희 카페 매니저는 “장애인 근로자들을 ‘대표님’이라 부르며, 단순 작업에 그치지 않고 이 경험을 창업의 기회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체·정신장애인 근로자들이 근무하며, 장애 유형에 맞춰 홍보·바리스타 등 직무를 나눈다. 이승익 마포구청 장애인시설팀장은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장애 유형에 따라 직무를 나누기 때문에 서서 일하기 어려운 분들도 카페 홍보와 같은 방식으로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달지원센터 관계자 A씨는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할 때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직무를 개발하고, 이에 적합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만 앞장선 장애인 고용

장애인 근로사업장은 직업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이동 제한이나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일반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제공하는 장애인표준사업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장애인표준사업장 수는 566개, 2022년도는 635개, 2023년도 700개, 2024년도 797개, 2025년도 10월 기준 822개로 사업장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법제처 기준에 따르면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 근로자 수가 10명 이상이며,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의 근무시간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A씨는 “기업에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할 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고용해야 하지만, 아직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고용한 장애인들이 6개월 정도 근속해야 기업 측에서도 이를 활용해 직무 개발·사내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에 힘쓸 텐데, 발달장애인 특성상 낯선 사람과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에 취약해 장기 근무가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이런 문제들이 모여 발달장애인을 고용했지만, 생산성 있는 업무를 할당하지 않아 진정한 배리어프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보장한 유럽의 경우 정부가 직접 연계해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의 국영기업 ‘Samhall’의 경우 설립 의의가 ‘장애인 고용’에 초점을 맞춰 1980년 설립됐다. 설립 초기 기업 내 자체 사업 생산 중심으로 운영했으나, 현재는 외부 기업 파견 중심으로 2만 4000여 명의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취업 배리어프리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프로젝트 서치’는 1996년 미국 신시내티 주에 위치한 아동 병원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장애인이 일정 교육을 받은 후 일정 기간 인턴십 과정을 거쳐 일반 직장에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SK 하이닉스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행복모아’가 존재한다. 이는 장애인 고용 의무 이행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위해 2016년 설립된 기관으로, 2021년 기준 410명의 장애인을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방진복·방진모·방진화를 회수해 ▶분류 ▶세탁 ▶건조 ▶포장 ▶검수 과정을 거쳐 납품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업 차원에서 고용 의무 이행을 위해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마포구청 ‘마포누구나 카페’처럼 지자체와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 고용 의무를 시행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에 반해 서구권 국가들은 공기업·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 등 민간 사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장애인의 사회적 진출에 개입하고 있다.

 

Epilogue

발달장애인 작업장은 자립을 향한 디딤돌이다. 그러나 제한된 직무, 제도적 한계 속에 머물러 있다. 해외 사례처럼 창업 지원, 전문교육, 사회적 연계가 확대된다면 이들의 노동은 보호의 차원을 넘어 진정한 사회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근무의 기회가 아닐까.

 

 

배정아·김도연·오은서 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