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과학상 ‘0’, 속앓이만 할 것인가     

2025-10-14     단대신문

해마다 10월이면 대한민국은 ‘노벨 과학상 속앓이’를 한다. 올해도 우리는 빈손이다. 노벨위원회는 통상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을 발표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인 노벨 과학상은 올해도 대한민국을 외면했다.

 

이웃 일본은 잔칫집이다.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생리의학상,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가 화학상을 수상했다. 두 교수의 나이는 74세다. 이로써 일본은 31번째 수상자(개인 30명, 단체 1곳)를 배출했다. 과학상은 27번째다.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6명이다.

 

기초 과학 투자가 활발한 일본의 기초연구를 상징하는 ‘이화학연구소’는 1917년 설립됐다. 108년 동안 흔들림 없이 연구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2000~2002년 3년 연속 화학상을 받고, 2008년에 물리학상 동시 수상을 포함해 4명이 수상한 밑거름이다. 노벨 과학상만 보면 한일전은 0대 27이다.

 

물론 일본과 비교해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짚어봐야 한다. ‘한국은 의대에 미친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은 답답하다. 연구의 산실인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쥐꼬리’다. 반면 일본의 의학 부분은 연거푸 노벨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실력을 입증했다.

 

노벨 과학상은 기초 과학이 평가 대상이다. 해당 연구가 인류의 삶과 과학 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했느냐가 중요하다. 작년에는 인공지능(AI) 기초를 마련한 연구자들이 물리상·화학상을 받아 시대 흐름을 반영했다.

 

우리나라 과학자의 실력도 상당하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아쉬운 것은 연구 풍토다. 단기간 성과를 압박하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이나 실용화 경쟁에 내몰리는 산학체제에서는 ‘홈런’을 치기 힘들다. 도전 정신을 구태(舊態) 행정이 짓누르고 있다. 오죽하면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가 “토론을 꺼리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한국적 문화가 창의적인 연구를 방해한다”고 꼬집었겠나.

 

‘노벨 과학상 제로’를 속앓이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기초 과학 지원체계의 새 판을 짜야 한다. 기초 과학은 특정 정권의 생색내기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기초 투자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R&D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작금의 풍토에서는 노벨 과학상이 나오기 쉽지 않다. 과학계의 예산 나눠 먹기와 무딘 연구 윤리, 실적 우선주의도 청산 대상이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UC 버클리 교수는 “아인슈타인도 정부가 원하는 주제를 연구했으면 혁명적 발견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