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디자이너가 되지 않으려면

2025-11-11     윤현서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텍스트 몇 줄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미드저니’, 영상을 생성하는 오픈AI ‘소라’와 구글의 ‘비오3’에 이어 사진 한 장으로 3D 모델링을 제공하는 ‘메쉬’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디자인 작업 과정의 진입 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시각적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완성도로 개인 작업물을 얻을 수 있으니, AI 활용은 당연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기자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그 결과물에 창작자의 생각은 얼마나 담겨있는가.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로 우리는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줄였지만, 결과물에 작업자의 사고가 담겨있는지는 미지수다. 작업자의 아이디어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AI의 결과 도출을 기다리고, 프롬프트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그것은 디자인을 배우는 것보다는 AI를 조작하는 일에 가깝다.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이 AI 사용자가 아닌 보조자로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진다고 반박할 것이다. AI를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작업속도의 효율성과 결과물의 완성도가 떨어질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역할은 단순히 빠르게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뢰인과 소통을 통해 추상적인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혹은 요구에 더욱 적합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때로는 의뢰인의 요구가 모호하고 방향성이 불분명하더라도, 디자이너는 그 맥락을 해석하고 목적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배우는 단계는 그러한 능력을 얻기 위해 훈련하는 시기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의뢰인이자 디자이너가 돼, 작업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고 자신의 목적이 실현 가능한지 판단해 봐야 한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 때, 의뢰인의 요구를 분석하고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진다. 하지만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생산적인 사고 훈련을 놓치게 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반추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입·출력을 통해 얻어낸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다듬는 데 그친다면, AI 꼭두각시에 머무는 디자이너가 되고 말 것이다.

 

작업 속도에서 AI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그러나 디자인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고 사회·문화적 맥락에 적합한 디자인을 고안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의 주체가 될 것인지 객체가 될 것인지는 디자이너에게 피할 수 없는 자문(自問)이다. 단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철학,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함으로써 AI의 보조자가 아닌 사용자로 활동할 때, 시대를 이끄는 디자이너가 되지 않을까.

 

 

윤현서 기자 erie0243@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