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범이 될 수 있다

2025-11-25     이정민(법학) 교수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돼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취업 사기의 피해자면서 동시에 보이스피싱의 가해자’인 해외 콜센터 아르바이트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평범한 청년이 단기 해외 아르바이트 광고를 믿고 출국했다가, 도착 즉시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감시와 협박 속에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이스피싱은 총책·관리·모집책·유인책·수거책·인출책으로 이루어진 조직범죄다. 유인 방식에 따라 지인 사칭형·정부 기관 사칭형·금융기관 사칭형 등으로 나뉘며, 수법은 명절·연말정산 등 시기와 사회적 이슈에 맞춰 끊임없이 변한다. 고의로 피해자를 속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므로 사기죄가 적용된다. 게다가 고수익 일자리를 제안 받고 출국해 콜센터에서 정부 기관 사칭 시나리오로 전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면, 유인책으로 범죄단체 가입과 활동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아 범죄단체가입죄·범죄단체활동죄가 추가된다.

 

더 큰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는’ 하위 조직원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현금인출책과 현금수거책이 있다. 검거 위험이 높아 구인광고를 통해  모집되는데, ‘알바천국’과 같은 구직사이트에서 모집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은행 계좌에 지연인출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계좌이체형보다 직접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받아오는 대면편취형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약속 장소에 나가 봉투 수령 역할만 하는 수거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불법 자금을 운반해 범죄조직의 자금 흐름을 완성하는 역할이다. 또한 타인의 돈을 제3자의 계좌로 입금하는 행위 역시 범죄 실행을 마무리 짓는 결정적 과정이 된다. 즉 객관적으로 사기 범죄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주관적으로 범행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합법적인 회사를 가장하는 방식이 흔해졌다. 현금거래를 의심하면, ‘세금 절감을 위해서다’, ‘해외 가상화폐 관련 업무는 원래 현금으로 한다’ 같은 설명을 한다.

 

한편, 처음에는 의심 없이 일을 시작하지만, 업무에 이상함을 느낀 뒤에도 금전적 이유로 계속하면 법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식하고 가담했다’는 판단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보이스피싱은 누군가를 속여 이익을 취하는 전형적인 사기 범죄다. 지금까지는 ‘당신도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익숙했지만, 이제는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범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깊이 새겨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