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언제나 상실을 데리고 온다

114. 문학 프랑수아즈 사강『슬픔이여 안녕』

2025-12-09     구민채 기자

 

출판사: 아르테
출판일: 2019년 9월 16일
페이지 272
※ 도서관 보유 여부
(죽전: O 천안: O)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제목만 보면 이 소설은 우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빛나는 프랑스 남부의 여름이다. 사강은 이 작품을 열여덟 살의 나이에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소설의 진짜 가치는 천재성보다도, 사춘기의 끝자락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감정과 욕망의 미세한 결을 솔직하게 기록했다는 데 있다.

 

이야기 중심에는 열일곱 살 소녀 ‘세실’이 있다. 자유분방한 아버지 레이몽, 그의 애인 엘자와 함께 남프랑스로 떠난 여름의 나날은 가볍고 자유롭다. 그러나 어머니의 오랜 친구이자 아버지의 옛 연인 안 라르센의 등장으로 그 균형은 단번에 무너진다. 절제와 품위를 중시하는 안은 세실에게 처음으로 ‘질서’라는 감각을 가르친다. 세실은 안의 안정에 매혹되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잠식해 오는 기척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여름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진다. 레이몽이 엘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안과의 결혼을 선언한다. 세실은 그 선택 앞에서 자신의 자유가 무너지는 기분을 견디지 못한다. 그런 세실의 개입 이후 안은 충격 속에 차를 몰고 해변 도로를 달리다 벼랑 아래로 추락한다.

 

그녀의 죽음은 사고였을까.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이탈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 이후 세실의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안의 부재는 세실이 외면해왔던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세실은 연인 시릴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 아닌 쾌락이 만들어 낸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소설의 끝에서 세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지막이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 솟아 오른다. (중략)슬픔이여 안녕.” 이 인사는 슬픔을 떠나보내는 작별이자, 슬픔을 통해 비로소 자기 자신을 정면에서 바라보게 된 한 소녀의 통과 의례다.

 

눈부신 여름의 풍경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 슬픔의 온도를 남긴다.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구민채 기자 minchae5959@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