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 하면 됐던 ‘쇼트트랙’, 15년째 후배의 금빛 조력자로-진선유 쇼트트랙 코치(체육교육·11졸)
빙판 위 전설에서 단국대 지도자로 변신 “선수의 인생을 함께 고민하는 코치 되겠다” 단대 동문 이소연의 33세 금메달 “노련함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이뤄낸 성과” 후배들이 학창 시절 잘 보내길 “성공이든 실패든 최선을 다한 경험, 인생 큰 자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22일 막을 내렸다. 대회 기간 선수들이 흘린 땀은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뜨겁게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새겨진 이름이 있다. 20년 전 겨울,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아웃코스를 시원하게 질주하던 ‘아웃코스의 여왕’, 진선유(체육교육·11졸) 동문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 직선 구간에서 외곽으로 빠져나와 속도를 높인 진선유는 당시 중국 대표팀의 에이스 왕멍을 순식간에 앞질렀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둔 상태에서 다시 한번 아웃코스로 치고 나간 그는 선두를 달리던 중국 양양 선수마저 추월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 경기는 한국 빙상의 전설로 회자된다.
그는 현재 지도자로서 인생의 두 번째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빙판 속에서 질주하던 모습 대신 제자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진선유 동문을 태릉선수촌 국제 스케이트장에서 만났다.
-20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올림픽이 다시 열렸다.
“밀라노는 내가 선수로 뛰었던 토리노에서 2시간 거리다. 작년 토리노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에 코치로 다녀왔다. 선수 시절엔 크게 느껴졌던 경기장이 지도자로 다시 보니 색달랐다. 밀라노 올림픽도 해설로 가고 싶었지만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 우리 대학 동문인 이소연 선수가 33세 나이에 금메달을 땄다.
“이소연 선수는 원래 단거리가 강점인 선수다. 그럼에도 장거리 계주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건 오랜 선수 생활 동안 쌓은 노련함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이뤄낸 성과가 아닐까 싶다.”
2011년 은퇴 후 해설위원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진선유 코치는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으로 중계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경기 흐름과 전략을 짚어내는 전문 해설을 선보였다. 이후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쇼트트랙 해설가로 활동했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선수 시절에는 나 자신만 생각하면 됐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 책임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반면 해설자로 경기를 볼 때 책임보다는 국민들과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며 보다 넓은 시야로 경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수나 코치의 마음가짐과는 차이가 있다.”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토리노 동계올림픽 1500m 결승이다. 당시 첫 종목이었던 500m 성적이 안 좋았기에 낙담했었는데, 주 종목인 1500m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그 이후로 흐름을 되찾았고 그게 1000m, 3000m 계주 금메달까지 이어졌다.”
-대한민국 최초 동계올림픽 3관왕의 비결은.
“특별한 건 없다. 세계선수권 3연패도 마찬가지다. 주니어 경험 없이 바로 성인 국가대표가 돼서 아무것도 몰랐다. 배경지식이 없으니 그저 시키는 대로 남들보다 더 많이 훈련했다. 지금의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다. 오히려 몰랐기에 그 지독한 훈련을 버틸 수 있었다.”
-정점에 오른 뒤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3관왕 이후 목표를 이뤘다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사라졌다. 그때 정신적으로 무너졌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변명하지 않고 부족함을 인정하는 태도가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
-우리 대학 체육교육과를 진학하게 된 계기는.
“당시 단국대에서 좋은 제의가 왔고, 나를 지도해주던 코치님의 권유도 있었다. 코치님에 대한 신뢰가 컸기에 고민 없이 우리 대학을 선택했다.”
그의 쇼트트랙 인생은 여덟 살에 시작됐다. 부모님은 피겨를 권했지만, 멋을 좇던 그는 빠르게 질주하는 쇼트트랙을 택했다. 이후 각종 국제대회와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며 우리 대학에 진학했으나, 재학 시절은 지독한 대표팀 훈련과 부상 재활로 채워진 인고의 시간이었다. 졸업 후에는 우리 대학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석·박사 과정을 병행했다.
-박사 논문 주제가 인상적이다.
“한국 빙상 선수들의 스포츠 생리학적 손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선수 생활을 하며 부상으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그렇기에 논문을 준비하며 빙상 종목별로 어느 부위가 어떻게 다치는지 데이터로 입증해 보고 싶었다. 이 연구가 제자들의 부상 방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과거 지도자의 말이 절대적이었던 시절과 달리 이제 진선유 코치는 선수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받는다. 진 코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왜 이런 훈련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훈련의 목적을 설명하면 선수들의 집중도와 태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살피고 “내 방식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말하는 수평적 리더십은 그가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다.
-코치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면.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낼 때, 그리고 나를 믿고 따라줄 때 보람을 느낀다. 반면 슬럼프에 빠진 제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기다려주는 것밖에 없을 때 무력감에 빠진다. 코치로 활동하면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이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온다. 지도자는 결국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자리니까.”
-우리 대학 빙상부만의 독특한 훈련 환경이 있다고.
“교내 전용 스케이트장이 없어 학생들은 각자 여건에 맞춰 개별 훈련을 한다. 합숙이 적고 개인 훈련 비중이 높다 보니 오히려 선수 각자의 개성이 살아난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우리 대학 빙상부의 강점이다.”
-어느새 15년 차 단국대 코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에게 현재 생활 이후 인생에 관해 많이 얘기한다. 선수를 오래 하기는 어렵다 보니, 선수 생명이 다하고 난 뒤의 삶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며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교육 단계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는 만큼, 운동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려 한다.”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우리 대학 선수들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는 게 목표다. 선수들에게 “코치님 덕분이에요”라는 말을 계속 듣고 싶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쇼트트랙을 선택했다면 후회 없이 해봤으면 좋겠다. 성공이든 실패든 최선을 다한 경험은 인생의 큰 자산이 된다. 그리고 나처럼 운동에만 전념하느라 대학 시절을 놓치지 말고, 그 나이에 맞는 즐거움을 오롯이 느껴보길 바란다.”
빙판 위에서 쏟아냈던 진선유 동문의 열정은 제자들의 삶을 향한 시선으로 옮겨갔다. 그가 꿈꾸는 지도자의 길은 학생들이 빙판 밖의 세상에서도 당당히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그의 단단한 지도 아래 다음 세대의 선수들은 저마다 목표를 향해 묵묵히 스케이트 날을 세우고 있다.
진선유 동문은 2011년 단국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졸업 후 2016년 스포츠마케팅 석사학위, 2023년 체육학 박사학위 취득,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KBS 해설위원으로 자리하고, 2011년 4월부터 현재까지 단국대학교 쇼트트랙 코치로 활동 중이다.
박성준 기자 sj7395@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