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지하철 위에서의 관찰들
2026년 들어 런던이라는 도시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초, 비의 도시 런던에 한 달간 머물렀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영국은 한국보다는 춥지 않지만,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분다. 매일 안개비가 내리고 해를 보기 어려운 날씨를 몸소 느껴보니 왜 영국이 제국주의에 목숨을 걸었는지 알겠더라. 사실 영국에 대한 많은 기대를 품고 비행기에 올랐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영국 땅을 밟았을 때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사람들의 염세적인 얼굴이었다. 그들의 따뜻한 환영 말투와 퇴근이 마려운 얼굴의 껄끄러운 조합은 아직 잊을 수 없다.
인상 깊었던 영국 지하철 얘기를 하고 싶다. 아침 8시 정도, 그때 지하철을 타면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굣길의 오른 학생들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졸린 눈을 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인도인 아저씨, 피어싱이 잘 어울리는 진저 아주머니, 긴 등굣길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듣는 동양인 학생까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한 객차에 어우러져 있다.
평일 점심때, 혹은 주말 오전 중에 지하철을 타면 런던 주민보다는 관광객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설레는 얼굴을 하고 서로 웃고 떠드는 관광객과 무표정 주민들의 콤보는, 마치 영국에서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이 카레 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과 같았다.
다문화 사회를 흔히 Melting pot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국인보다는 인도인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던 런던은 대표적인 Melting pot 도시이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모습의 그들을 보고, 세계 어떤 곳에 가더라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의 외형과 식문화, 기후는 전혀 다를지라도 자기 삶을 이어가고자 발버둥 치는 모습은 모두 같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 있는 나도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지하철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