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역설: 우리에게 왜 더 많은 ‘나무’가 필요한가

AI 데이터센터, 탄소부채 급증 재생에너지·원전도 한계 직면 해답은 아날로그적 소재 ‘목재’

2026-03-24     강태웅 목조건축혁신연구소장 겸 건축학부 교수

 

지금 이 순간에도 단국대학교 캠퍼스 곳곳에서는 수많은 ‘지능’이 깨어나고 있다. 챗GPT와 대화하며 과제를 수행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영상을 만들며, 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인류가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유례없는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축복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화려한 디지털 혁명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육중한 경고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바로 AI의 진화가 불러온 가공할 만한 수준의 ‘에너지 탐식’과 그에 따른 탄소 부채의 역설이다.

 

최근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GPU가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류는 전례 없는 전력 위기에 직면했다. 챗GPT에 질문 한 번을 던질 때 소모되는 전력은 구글에 검색할 때 소모 되는 전력의 약 10배에 달하며, 거대 언어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 들어가는 전기는 일반 가정 수천 가구의 연간 사용량과 맞먹는다. 오죽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부족한 전력을 감당하지 못해 가동이 중단됐던 원전까지 다시 살려내겠다고 나서겠는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의 민낯이다.

 

우리는 흔히 RE100(재생에너지 100%)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냉혹한 물리적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해지는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다. 24시간 1분 1초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AI 데이터 센터의 심장을 재생에너지에만 전적으로 맡기기엔 너무나 위험하다. 그렇다면 원자력은 완벽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 기저 부하로서 재조명받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거대 원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시멘트와 철강 제조 시 발생하는 막대한 ‘내재 탄소’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차세대 대안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역시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기술적, 사회적 장벽이 높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 믹스는 AI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 앞에서 탄소 발생의 가속화를 늦추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에 직면한다. AI의 전력 수요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이미 발생하거나 발생할 탄소를 ‘물리적으로 저장하고 상쇄하는’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역설적으로 가장 아날로그적인 소재인 ‘목재’에 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자신의 몸체 내부에 고체 상태로 박제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검증된 ‘탄소 통조림’이다. 나무가 자라는 동안 탄소를 빨아들이고, 그렇게 자란 나무를 베어 건축 자재로 사용하면 탄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그 안에 갇히게 된다. 콘크리트와 철근 대신 공학 목재(CLT)를 사용하여 고층 빌딩과 데이터 센터를 짓는다면, 도시는 더 이상 탄소를 뿜어내는 공장이 아니라 거대한 ‘도시 탄소 저장소’가 된다.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전력 수요의 완전한 제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탄소 부채를 다른 방식으로 보충하는 전략이다. AI가 전기를 쓰며 탄소를 뿜어내는 ‘부채’를 발생시킬 때,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목조 건축물은 그 부채를 상쇄하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단국대학교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AI와 함께 살아갈 첫 세대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유저(User)’에 머무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AI 전공자라면 에너지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건축학과 학생이라면 탄소 저감 설계를 주도하며, 경영이나 정책 전공이라면 탄소 중립적인 기업 전략과 제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 AI라는 소프트웨어가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 때, 그 소프트웨어가 구동되는 물리적 지구가 탄소로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혁명의 정점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목재를 찾는 지혜,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가져야 할 미래의 경쟁력이자 인류를 향한 책임감이다.

 

필자는 우리 학생들이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학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캠퍼스 곳곳에 목재로 만든 가구와 건물이 세워져 탄소를 저장하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기를 꿈꿔본다. 강의실에 놓인 목재 책상이, 학생회관의 따스한 목조 기둥이 우리가 사용하는 AI의 탄소 발자국을 지워내고 있을 때, 단국대학교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미래형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AI의 빛에만 취해 그 그늘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우리 손에 쥐어진 것은 차가운 마우스와 키보드일지라도, 우리의 시선은 그 너머 탄소를 품고 묵묵히 서 있는 나무와 그 나무로 지어질 우리의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