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가 융합 전공 바람, 간판만 바꾼다고 혁신 될까

대학가 융합 교육의 ‘빛과 그늘’ AI 열풍 타고 캠퍼스 활발  체질 개선 성과 아직은 ‘글쎄’   단국, 이공계 중심 리모델링 유연한 학사운영으로 차별화 

2026-03-24     구민채·김민수·배정아 기자

 

자료=프리픽

AI융합대학·SW융합학부·혁신융합대학·바이오헬스 융합학부·글로벌 K-컬처 융합학부·차세대 디스플레이 융합학부. 양 캠퍼스 곳곳에 융합을 내건 단과대와 학부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26개(죽전 12개, 천안 14개)의 융합 전공을 바탕으로 융합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과 간 경계를 허문 융합 교육과정은 대학가의 거스를 수 없는 표준이 됐다.


기술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생성형 AI가 로봇·자동차·바이오 기술과 접목되면서 단일 학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생겼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융합 인재 양성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작년 12월 발표한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통해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을 2단계로 확대하는 등 이공계를 넘어 인문·사회 분야까지 아우르는 융합 교육 생태계 조성에 힘쓴다.

 

일러스트=정수연

유행 따라 전공 급조·폐지 악순환
그러나 화려한 외형적 성장 뒤에 가려진 ‘융합’ 질적 내실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2014년 100개에 불과했던 전국 대학 융합학과는 2023년 557개로 5배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학과 폐지율 역시 13%에서 30.9%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유행하는 기술에 따라 학과가 급조됐다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신설된 융합학과 가운데 ‘AI융합교육전공’이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상당수 융합학과가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한 ‘간판 갈이’식 운영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융합학과가 정부 재정지원사업 대응 차원에서 확산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작년 7월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과제’에서 ‘융합 교육이 대학 구성원의 자발적 혁신보다는 사업 수주를 위한 수단으로 추진되며 지속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대학은 올해도 학사 구조 개편에 나섰다. 죽전캠은 이달부터 SW융합대학을 ‘AI융합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내년부터는 기존 건축학부의 역량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AI건축융합학과’를 신설한다.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번 신설은 기존 건축학부의 역량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교육부의 첨단 분야 인재 양성 목표에 부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천안캠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2022년 바이오융합대학 내 코스메디컬소재학과를 신설했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혁신융합대학 컨소시엄’을 통해 타 대학의 고도화된 수업을 비대면으로 공유하고 있다. 해당 사업 목적으로 개설된 ‘핵심이 보이는 디스플레이 광학’ 강의를 수강한 장형준(에너지공2)씨는 “타 대학의 양질의 수업을 시공간 제약 없이 들으며 전공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차세대디스플레이사업단 유정열 연구교수는 “실제 산업과 연결된 융합형 교육을 경험하고 있다”며 “차세대디스플레이 분야는 소재·공정·AI 등 다양한 분야가 연결되는 대표적 융합산업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다학제적 시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죽전은 AI, 천안은 바이오로 특화
대학의 의지와 달리 현장의 목소리는 냉랭하다. 융합콘텐츠를 복수전공 중인 오혜인(광고홍보3)씨는 “여러 학문이 연계된 업종의 역량을 탐색할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정작 SW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심화 수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교과목 명칭만 융합일 뿐 실제 내용은 기존 전공의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로 이질적인 학문을 결합한 융합전공의 경우에 실질적 연계성과 교육 내용이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웅준(의생명과학) 교수는“어떤 분야의 융합을 어떤 방식으로 이룰지는 대학마다 생각이 다르다”면서도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형식과 방법으로 융합대학 운영에 내실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대학이 교육 내용의 단순 결합에 그치며 학과 정체성 혼란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한밭대는 지원 사업 탈락 등을 이유로 기존 학과를 폐지하고 우주 국방 등 신설 학과를 급조하며 불안정한 운영을 보였다. 성균관대 역시 운영 사정을 겪으며 작년 12월 글로벌융합학부를 인공지능 단일 전공으로 통폐합했다. 

 

지속 가능한 융합용 인프라 구축 필요해
융합 교육의 성공 여부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에 달려 있다. 한국외대의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은 학생이 직접 커리큘럼을 설계해 ‘유럽데이터 디플로머시’와 같은 실무적인 전공을 창출한 긍정적 사례로 꼽힌다.


융합학과는 앞으로도 공학계열인 컴퓨터·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산업 수요가 지속되는 한 융합 교육의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산업 변화에 편승한 단기적 개편이 반복될 경우 한계 역시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물 안 개구리’ 식 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융합 교육은 학과 신설이라는 양적 팽창보다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질적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작년 7월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융합 교육이 자발적 혁신보다 사업 대응용으로 확산되면서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현재 추가적인 융합대학 신설 논의는 없으나 학사 구조 유연화를 통해 대학 트렌드에 대응할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단과대별 역량에 적합한 첨단학과를 신설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임현수 천안캠 학사팀장 역시 “재정 지원 사업 대응 차원을 넘어 우리 대학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융합 교육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민채·김민수·배정아 기자 dkdds@dankook.ac.kr
일러스트=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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