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썰물과 취향의 외주화

16. 두바이 쫀득쿠키

2026-03-24     이주현 칼럼니스트

 

두바이

얼마 전까지 커피숍을 점령했던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의 기세가 무섭게 꺾였다. 오픈런 줄은 자취를 감췄고, SNS를 도배하던 인증샷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중동의 카다이프가 이끈 ‘반짝 유행’은 빠르게 빠져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정말 그 맛이 궁금했던 것일까, 아니면 남들이 해본 경험을 나도 소유했다는 증명이 필요했던 것일까.


지금의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디토(Ditto) 소비’다. 자신이 신뢰하는 인플루언서나 콘텐츠의 선택을 그대로 따르는 행태를 의미한다. 선택지가 많은 정보 과잉 시대에 실패 없는 선택을 하고 싶은 심리가 ‘취향의 외주화’를 불러온 것이다.
인스타그램 피드가 유행으로 도배될 때, 개인의 미각적 호기심은 대중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일종의 부채감으로 변질되곤 한다. 두쫀쿠 열풍은 한국 특유의 식감 집착과 디토 소비가 결합한 사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취향의 규격화’라는 그림자가 있다. 유행하는 음식을 인증하는 행위는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소속감을 주는 동시에 개인의 고유한 감각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취향은 본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단단해진다. 디토 소비는 그 과정을 생략한 채 타인이 검증한 ‘정답’만을 섭취하게 만든다.
식문화는 단순히 영양을 섭취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이 무엇에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는지 탐구하는 일종의 철학적 영역이다. 모든 유행 음식을 섭렵했음에도 내가 좋아하는 맛을 주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나의 식탁을 반짝유행에 양도한 것과 다름없다.


트렌드는 변한다. 유행에 동참하는 것은 즐거운 유희다. 그러나 유희가 끝난 뒤에도 변치 않는 나만의 취향 하나쯤은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남들이 유행을 외칠 때 가끔은 줄 서지 않은 이름 없는 식당에서 나만의 맛을 발견해 보자. 타인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감각에 집중할 때 비로소 우리의 식탁은 복제본이 아닌 나만의 음식으로 채워질 수 있다.

 

 

이주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