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봄
날씨가 따뜻해졌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볍다. 강의실로 향하는 길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꽃봉오리가 터진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환한 모습을 보면 “봄이 왔구나”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산뜻한 계절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다.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는 평범한 직원들의 삶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소방과 경찰에 따르면 해당 공장 화재로 60명이 다치고, 연락 끊겼던 14명은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재까지 사고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022년까지 이어졌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란의 갈등은 사회를 다시 공포 속으로 밀어 넣는다. 에너지 수급 불안과 국제 유가 급등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봄의 풍경 뒤편에는 정치 상황과 사회 안전망 부재가 있다. 일상은 예상치 못한 사고와 비극 앞에 쉽게 무너진다.
우리 사회는 많이 아프다. 청년들도 몸살을 앓는다. 돈이 몇 만 원 부족해 생활비 대출을 받고, 등록금에 떠밀려 학교를 그만두거나 휴학한다. 실제 우리 대학 재학생 중 경제적 부담을 혼자 떠안은 채 결국 학교를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봄볕은 다른 이야기다. 누군가의 겨울은 유독 길고 시리게 이어지고 있다.
계절은 매년 다시 찾아오며 변한다. 사회 또한 언젠가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서로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 빛나는 봄의 축제 속에서도 그늘진 곳을 살펴야 한다. 누군가의 봄이 조금 늦게 오더라도 결국 모두에게 따뜻한 계절이 닿을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