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그릇을 키우는 강의실

2026-03-24     오세은 간호대학 학장

 

작년 2학기 8년 만에 2학년 강의를 맡았다. 우리 과 학생들은 1, 2학년 동안 모형이나 동급생을 대상으로 연습하다 3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실제 환자를 만난다. 내가 맡은 강의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병원 실습의 다양한 상황을 유사하게 경험하도록 구성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2학년 학생들과 여러 차례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을 경험했다.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한 공지사항이 학생들에게는 모호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잦았다. 3학년과는 겪지 못했던 소통의 문제를 마주하며, 이것이 단순히 배움의 부족인지 아니면 서로가 처음이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고민하게 됐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문해력이나 세대 차이로 설명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은 짧고 직접적인 ‘저맥락(low-context)' 소통에 익숙한 반면 교수 세대는 행간을 읽어야 하는 ‘고맥락' 소통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학생들에겐 매학기 새로운 교수들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근본적인 학습일지도 모른다.


‘말그릇’의 저자는 말이 단순한 기술이 아닌 말하는 이의 생각과 준비된 내면에서 좋은 말이 나온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들이 강의와 실습 현장에서 익히는 의사소통은 간호의 본질과 직결된다. 간호사는 환자의 상태를 읽고 해석하며 이를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존재다. 말로 드러나지 않는 미세한 변화를 읽어내는 감각도 요구된다. 간호는 보이는 정보와 보이지 않는 맥락을 인간에 대한 존중과 전공 지식을 통합해 전문적 언어를 형성해 나가는 ‘Caring Science'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교육의 역할을 다시금 되짚어본다. 교수로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그것이 단순한 표현 기술을 넘어 상황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드러내는 능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의 표현 방식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살피는 시간이 선행돼야 한다. 강의실에서 겪는 이 소통의 시행착오들이 훗날 환자의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읽어내는 단단한 말그릇을 빚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