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국인 ‘로스쿨’ 9명 진학…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사시 단대’의 어제와 오늘 79년 역사 법학과 명성 퇴색 법학 8명, 미디어컴 1명 합격 ‘리트 신수설’ 잠재울 대책 시급 로스쿨 없는 대학 강세 주목 동국 21, 숙명 14, 홍익 12명 비법학 전공자 다수 합격 추세
‘9'명. 2026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 진학한 우리 대학 동문 숫자다. 79년 전통의 법학과 체면을 세운 법학과 출신은 8명, 비법학 전공자는 1명이다. 본지가 2026년 4월 7일 자(1538호)에 보도했듯 우리 대학 출신 로스쿨 진학자는 2025학년도 3명, 2024학년도 6명에 비하면 올해는 그나마 반등세다.
이런 성적표는 ‘단국 법학’의 옛 명성 회복을 위한 긍정 신호지만 갈 길은 멀다. 특히 2016년 12명, 2017년 18명과 비교하면 로스쿨 진학 실적은 여전히 초라하다. 내년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대학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로스쿨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26학년도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경쟁률은 5.29 대 1로, 지난 4년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입성 자체가 ‘바늘구멍’이 되었다. 로스쿨 도입 17년째인 현재, 합격자 수를 둘러싼 법조계와 학계의 공방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장기 개선 권고안을 채택하며 제도 개편을 시사했으나, 자격시험화 논란 등 구조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08년 로스쿨 유치 실패의 충격
우리 대학은 2008년 피눈물을 흘렸다. 정부가 전국 25개 대학에 로스쿨을 인가하면서 법학과가 강세였던 우리 대학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법학과의 경쟁력이나 성과, 전통보다는 지역 안배를 내세우는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 우리 대학도 피해 대학 중 하나였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우리 대학 본부는 한남동에서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면서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로스쿨 설립 추진 특별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현재의 법학관을 건립했다. 하지만 로스쿨 유치에 고배를 들면서 많은 율사(律士)를 배출했던 ‘단국 사시’의 명성이 바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학의 정보공개 청구 내용에 따르면 교원 및 교육 시설 등 정량 평가 부문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반면, 심사위원 재량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성 평가 부문에서 고전했다. 그 결과 서울권역 18위로, 인가권인 15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당시 로스쿨 유치를 추진했던 권기홍 전 총장은 “신규 교수 충원, 로스쿨 전용 강의동 건립 등 충실하게 준비했는데 탈락했다는 것은 자의적 평가에 따른 결과로밖에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명확한 선정 기준을 둘러싸고 우리 대학을 비롯한 동국대·홍익대 등 로스쿨 유치 탈락 대학들의 행정소송이 이어졌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우리 대학은 2011년 ‘로스쿨 준비위원회’를 출범해 다시 한번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타교에 비해 낮은 비법학 진학 비중
올해 서울대는 전체 로스쿨 선발인원의 61.8%를, 고려대는 44.4%를 자교 출신 학생으로 선발했다. 현행법상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자교 학부생 편중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입학자의 3분의 1 이상을 타교 학사학위 취득자로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자교 출신 선발을 3분의 2까지 정당화하는 상한선 역할을 한다.
자교 로스쿨이 없음에도 다른 대학 로스쿨 합격률이 높은 학교도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2026학년도 신입생 출신 대학을 공시한 23개교 자료에 따르면, 자교 로스쿨이 없는 동국대는 21명, 숙명여대는 14명, 홍익대는 12명의 로스쿨 진학자를 배출했다. 공통된 악조건 속에서도 타 대학들이 선전하는 비결은 상대적으로 높은 비법학 진학 비중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2025학년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입학생 중 법학 전공자 비율은 5.37%로, 로스쿨 도입 초기 30~50%를 웃돌던 경향과는 판이하다. 로스쿨 제도 본래 취지도 다양한 전공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비법학과 출신을 3분의 1 이상 선발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비법학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비법학과 출신의 로스쿨 지원율이 현저히 낮다.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응시자 대비 합격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5학년도 법학 계열 리트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4.3%로, 전체 평균인 12.2%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의학(17.9%), 자연(17.6%), 사회(15.3%) 계열은 평균을 상회하는 합격률을 보였다. 이는 리트 응시와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 전공 여부가 합격의 절대적 기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여전히 법학 전공자 중심의 진학 구조에 머물러 있다. 오승진 법과대학 학장은 “로스쿨 입학생 대다수가 법학과 학생이지만, 제도적으로 비법학사에게도 문이 넓게 열려 있는 만큼 타과생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입시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학점·리트 성적 등 정량 평가와 자기소개서, 2단계는 면접인 정성 평가다. 리트는 법조인에게 필요한 독해와 논증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1단계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입시 과정을 지원하고자 ‘로스쿨 진학반’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매년 초 학점과 공인 영어 성적 등을 평가해 진학반원을 선발하고 전용 열람실과 동영상 강의비 등을 지원한다. 그럼에도 리트의 벽을 넘으려면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동문 특강보다 실전 과외 원한다”
학생들은 로스쿨 지원을 주저하는 이유로 ‘리트 준비에 대한 막막함’을 꼽는다. 소위 ‘리트 신수설’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본인의 노력보다 타고난 재능과 문해력에 좌우된다는 인식때문이다. 서재민(법학3)씨는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뒀지만,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점수 향상의 한계를 느껴 결국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느끼는 갈증은 정보제공의 실효성이다. 현재 학교는 주로 법조인으로 활동 중인 동문 초청 특강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으로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고정민(법학3)씨는 “특강이 상투적인 조언에 그칠 때가 많다”며 “실제 리트 기출 문제에 대해 ‘공부해 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스쿨 대학, ‘밀착 지원’ 주목을
로스쿨이 없는 다른 대학의 행보는 빠르다. 숙명여대와 홍익대는 영역별 문항 분석부터 학습 전략 안내까지 실질적인 입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 주관의 ‘리트 전국 순회 설명회’를 적극 유치했다. 동국대 로스쿨 진학반의 경우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LEET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의 기본-심화-파이널 과정을 운영한다. 로스쿨 진학반을 운영하고 있는 동국대(법학) 홍선기 교수는 “로스쿨 선배들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특강도 운영하고 있다”며 “체계화된 프로그램과 예산으로 학생들을 밀착 지원한다”고 말했다.
박상민(법학3)씨는 “교수님들은 학술적 전문가지만 리트 기출 문제를 학원처럼 세밀하게 분석해 주지는 못한다”며 “전문 입시 컨설턴트나 전담 강사를 초빙해 기출 문제 오답 분석과 성적 관리를 체계적으로 지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수현(법학4)씨도 “체계적인 지도를 해줄 수 있는 전담 인력이 있다면 학생들의 실력 향상은 물론 참여도까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학장은 “과거 갑작스러운 로스쿨 제도 추진으로 학교 차원에서 준비가 안 됐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는 학생 역량보다도 로스쿨 진학에 대한 자신감과 타과생들의 낮은 관심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기업은 물론 법원·검찰·경찰·행정고시·노무사 등 법학 전공자가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며 “매년 각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을 초청해 진로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수·박성준 기자, 김창호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